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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메신저' 김여정의 표변…이유는?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6.11 13:56 수정 2020.06.11 21:57

책임 대신 공세 '간판' 역할 맡겨

'재기 기회' 마련해줬을 가능성

'자아비판' 성격 있다는 정반대 분석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서 걷고 있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자료사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서 걷고 있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자료사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창올림픽 당시 대화 메신저로 한국을 찾았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남 공세 최전선에서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백두혈통이라는 상징 자본을 넘어 당내 주요 요직까지 맡으며 위상이 한층 강화된 모양새지만, 과거 '평화'를 내세웠던 김 부부장의 '표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우선 김 부부장이 누구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짝을 이뤄 대남 공세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당시 김 부부장과 함께 한국을 찾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과주의' 인사 성향과 북미대화 교착 상태 등을 감안하면 '대화파'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상황이다. 한데 대화파가 대남 공세 간판으로 나서 연일 한국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CBS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여정과 김영철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숙청당했다는 소문까지 있었는데 다시 등장했다"며 "다른 사람이면 사실상 숙청당하거나 중앙 무대에서 사라지겠지만, 김여정은 (백두)혈통 아닌가.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중앙 무대로) 컴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동생에게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만큼 대남 공세 역할을 맡겨 사실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화파로 분류되는 두 사람이 북미대화 결렬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림으로써 북한 내 강경파들의 반발 역시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패 책임지고 자아비판 나섰다는 평가도
백두혈통 남매간 역할 분담 가능성까지


정반대로 김 부부장의 표변이 일종의 '자아비판 성격'을 띤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김정은 체제 특성상 대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만큼, 김 부부장이 대남 담화문 발표를 통해 사실상 북한 주민들을 향한 자아비판에 나섰다는 평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CBS 시사자키'에 출연해 "김 부부장이 사실상 남북 관계 개선에 제일 앞장섰다"며 "평양 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이끌어내는 데도 김 부부장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이 나서서 서울 답방을 이끌어 냈는데도 나타난 결과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집권 하에 북한 통치체제 특성은 성과주의"라며 "성과가 없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부부장 담화는 어떻게 보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자아비판 (성격) 같은 것도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악역'을 맡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두혈통 남매의 역할 분담이 가시화 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혹시 불거질지 모를 책임론을 방지하기 위해 김 부부장을 대남 비방 간판으로 내세웠다는 관측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YTN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난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나선 것은 아니다"며 "김여정 부부장이 나선 것을 보면 '판'은 유지한 상태에서 점차 위기상황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물' 대신 '과정'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북한의 대남 압박은 GP 총격이 시작"


일각에선 김여정이라는 '인물'보다 일련의 도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북한의 대남 압박은 GP 총격부터가 시작"이라며 "GP를 공격해서 한국 정부·군부·국민 반응을 테스트 한 뒤 도발 수위를 높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김여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공세의 첫 단추를 꿴 것"이라며 향후 추가 도발 및 대남 압박 가능성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영화 기생충의 유명한 대사처럼 김정은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며 "지금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태 의원은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지난해 4월 김정은 시정연설 △지난해 12월, 올 5월 '핵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둔 당 전원회의가 차례로 이어져온 과정을 '전략적 연장선'에 비유하며 "김정은 정권의 행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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