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원태에 반기 든 위기의 3자연합…주주표심은 어디로?
입력 2020.02.20 15:34
수정 2020.02.20 15:45
사내이사 후보 사퇴로 균열 가능성 반박...완주 의지 드러내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주장만 반복...경영불참도 증빙 못해
민감한 질문엔 피해가거나 원론적 답변...감정적 발언도
지난달 반(反)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기치로 뭉친 3자 주주연합이 단단한 공동전선 구축을 강조하며 내달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최근 추천 사내이사 후보 사퇴 등으로 위기를 맞으며 균열 조짐 우려를 반박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조 회장 체제의 경영부실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자신들의 경영 불참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경영 개선 주장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다만 기존에 나왔던 것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어 이들이 강조한 진정성이 주주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3자 연합의 균열 가능성에 대해 "오랜 시간 서로의 계약을 깰 수 없도록 합의가 돼있다"고 했다.
KCGI는 지난달 말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3자 주주 연합을 결성하며 '반 조원태'를 기치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조 회장 경영체제를 비판하며 전문경영인과 전자투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돌연 후보직을 사퇴하며 주주제안이 급조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속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3자 연합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기 시작했다.
강 대표의 발언은 이러한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3자 연대가 단단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진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채질 및 영업 개선을 위해서는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며 "회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끝까지 가보자는 각오로 일종의 도원결의를 한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조 회장의 경영체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동안 오너의 독단과 경영진의 근시안적인 투자 결정이 겹치면서 경영실패가 지속됐는데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과 부채비율 등을 수치로 나열하며 그 근거로 제시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861.9%)은 코스피200 평균(91.3%)의 9배가 넘고 2위 기업(589.6%)과도 약 300%포인트 가깝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과 비교해도 그 다음인 유나이티드항공(366%)과 델타항공(329%)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채비율이 높아 연간 이자비용만으로 5464억원을 낭비하면서 순이익율은 0.1%로 일본항공(11.9%)·델타항공(9.1%) 등 타 항공사들 에 비해 수익성에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경영인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 한진그룹의 상황에서는 정답으로 조 회장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고 경영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원태 회장은 1대 주주인 KCGI에 믿음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등 지배구조 개선과 비수익 사업 매각 등 경영개선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아전인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깎아 내렸다.
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이) 주주 자본주의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진그룹이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꾀하는 긍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3자 주주 연합의 어떤 구성원도 향후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3자 연합 구성 때부터 서로 마음을 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그는 "(3자 연합) 주주들은 절대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하면서 "주주로서의 일만 하자는 게 합의의 골자였고 대주주 사익편취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주주연합 내부의 확약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다“며 ”주주들이 이사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확실히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달 한진칼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이 실패할 경우,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계속 시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임시 주총으로 (경영권 분쟁) 장기화되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보다는 피해가거나 원론적인 내용으로 대응하는데 그쳤다. 강 대표는 3자 연합이 주주제안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의 이사 자격에 제한을 두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주주연합의 정관 변경 제안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경우, 땅콩회항(항공법), 물품 밀수(관세법),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출입국관리법) 등이 모두 해당 죄목이 아니어서 이사 자격 제한 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도 강 대표는 “확약 내용이 있다”고만 밝혔을 뿐 합의서 등 문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또 사내이사 후보였던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돌연 후보직을 사퇴한 배경에 대해서도 “항공전문가로 모시긴 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건강 문제 외에도 전 직장 동료들의 만류 등 다양한 외압 등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아울러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신배 전 SK 부회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회장은 “복수의 기업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사례가 많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임기가 2년이 더 남았다”며 겸직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한항공과 (주)한진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노조 반대에 대해서는 “그들을 직접 만나서 진심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또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후보들에 대해 한진측이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가 감놔라, 배놔라 말하는 게 우습다"며 다소 감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