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왝 더 독' 막으려 '꼬리' 자르나
입력 2020.01.29 04:00
수정 2020.02.14 13:18
與 지도부, 연이어 '논란 후보' 불출마 권유
'김용민 막말 파문' 재현 사전 차단 목적
"성인군자만 공천하느냐"는 소수의견도
올해 3대 키워드로 공정·혁신·미래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불공정·구태·과거에 얽매인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자진 불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이 총선 전체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만큼, 당 차원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진성준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 간사위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예비후보 적격 판정 유보 사실을 알리며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조사소위원회가 추가 사안을 조사해서 다음 회의에 보고하고, 보고 결과를 토대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 간사위원은 회견 직후 '김 전 대변인의 부적격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추가적인 현장·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의 최종심사 결과는 다음 검증위 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3일 발표될 전망이다.
다만 진 간사위원은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불출마 권유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위는 정무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라 법률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부동산 투기 의혹과 미투(Me Too)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투기와의 전쟁' '양성평등'을 강조해온 현 정부 기조와 동떨어진 인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가 두 사람의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논의해본 바는 없다"면서도 "검증위 결과가 나오면 공관위 과정도 있고 최고위에서 판단해야할 사안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대변인은 대변인 시절 재개발을 앞둔 서울 흑석동 건물을 매입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8억 8000만원의 차액을 보고 되팔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해당 차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북 군산 출마를 알리는 자리에서 "선거 기간에 기부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 전 의원은 재작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기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관련 재판을 받아온 그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당적을 회복했다. 최근 금태섭 의원을 "빨간 점퍼 입은 민주당 의원"에 비유하며 금 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지만, 여론은 싸늘한 상황이다.
지도부 권유 따른 불출마…'문석균 케이스' 또 나올까
'당선 가능성'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여론을 감안한 민주당의 '자정 노력'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의 불출마를 계기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앞서 자신의 아버지 지역구 출마를 선언해 '정치 세습 논란'에 휩싸인 문 부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 권유로 선당후사를 택했다. 지도부 권유와 별개로 '미투 파문'에 휩싸인 민주당 2호 영입인재 원종건씨 역시 이날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도마에 오른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대변인과 정 전 의원까지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민주당의 '논란 후보 공천 파문'은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향후 여당 공천 파문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 전 청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민주당 내에선 논란이 된 후보들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19대 총선 당시 '나꼼수(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당시 김씨는 "미국에 대해 테러를 가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 팔자" 등의 과거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열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며 그를 끝내 내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결국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 과반을 내줬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성인군자들만 공천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문석균 의정부갑 상임 부위원장이나 김의겸 전 대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엄격한 건 좋지만, 의정부에서 문 부위원장 말고 당선될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할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