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최종식號 4년…'SUV 명가 부활·노사 상생문화 정착'
입력 2019.03.21 06:00
수정 2019.03.21 06:06
'1년 1신차 전략' 성공으로 내수 3위 기업 도약
해고 근로자 문제 해결, 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대주주 마힌드라와 성공적인 협력관계 이끌어
'1년 1신차 전략' 성공으로 내수 3위 기업 도약
해고 근로자 문제 해결, 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대주주 마힌드라와 성공적인 협력관계 이끌어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회사를 떠난다. 위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최 사장은 SUV 명가 부활을 이끄는 한편 노사 상생문화를 정착시킨 성공적인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종식 사장 취임 전의 쌍용차와 지금의 쌍용차는 전혀 다른 회사로 인식된다. 판매실적은 만년 꼴찌에, 딱히 내세울 만한 인기 차종 하나 없고, 해고 근로자들의 절규로 종종 뉴스에 등장하던 기업이 예전의 쌍용차였다.
하지만 최 사장의 4년 임기 동안 쌍용차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각 차급의 대표 SUV 자리를 차지했고, 당당히 내수판매 3위 업체로 도약했다.
노·노·사·정 합의를 통해 해고 근로자들을 복직시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했고, 9년 연속 임금단체협상 무분규 타결로 노사상생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와도 투자와 기술교류 측면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티볼리부터 렉스턴 스포츠까지 매년 히트작 배출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2010년 쌍용차에 합류한 최 사장은 글로벌마케팅본부장, 영업부문장, 국내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회사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4년간 회사를 이끌어오며 최 사장이 이룬 가장 큰 공적은 ‘SUV 명가 부활’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최 사장이 내놓은 ‘1년 1신차 전략’이 존재한다.
최 사장 취임 전인 2014년 쌍용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7만대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최종식호 출범’과 함께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는 쌍용차의 내수 실적을 단숨에 10만대에 육박(9만9664대)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성장률은 무려 44.4%에 달했다.
출시 첫 해 4만5000여대가 판매되며 단숨에 소형 SUV 시장을 석권한 티볼리는 지금까지도 이 차급의 대표 차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6년에는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출시로 티볼리의 신차효과 희석을 보완하며 전년 대비 3.9% 증가한 10만355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대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해 5월 출시된 G4 렉스턴은 대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왕의 귀환’을 알렸다. 출시 반년 만에 내수 누적판매 1만대를 돌파하고 2년 연속 연간 1만6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연간 3만대를 밑돌던 국내 대형 SUV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G4 렉스턴의 선전에 힘입어 쌍용차는 2017년 내수 시장에서 3.0% 증가한 10만6677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연초 출시된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쌍용차의 판매 성장을 이끌었다.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유일의 픽업형 중형 SUV로, 기존 스포츠 브랜드의 실용성에 렉스턴 브랜드의 프리미엄 스타일을 더하면서 출시 초기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렉스턴 스포츠의 지난해 판매량이 이전 모델(코란도 스포츠)의 전년 판매량 대비 83.4%나 증가하면서 쌍용차 전체 판매량도 2.3% 증가한 10만9140대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성장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현대·기아차 빅2와 수입차들의 점유율 확대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매년 성장을 거둔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기존 모델들이 노후화되며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매년 판매를 이끌 신차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성장 동력을 유지한 것이다.
올 3월에는 1974년 처음 등장한 국내 최장수 자동차브랜드인 코란도를 8년 만에 완전히 바뀐 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약세인 준중형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로써 쌍용차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 라인업에서 모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종식 사장의 신차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변화에 대한 도전정신이 그의 오랜 경륜와 맞물리면서 쌍용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UV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눈부시게 부활했다”면서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감으로써 최 사장이 다져놓은 흑자 기조를 안착시키고 경영정상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생 노사문화 정착…노사관계 모범사례로 자리잡아
노사 대화합을 통한 상생 노사문화를 정착시킨 것도 최 사장의 공적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에서 대립적 노사관계와 파업, 시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쌍용차의 노사 관계는 업계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립노조가 된 쌍용차 노조는 이후 9년 연속 임금·단체협약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며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시켰다.
그 바탕에는 “회사의 존폐 위기 앞에서는 노사가 따로 없다”며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경영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최 사장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경영 정상화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의 신뢰 구축과 상생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만큼, 임기 내내 열린 경영 및 스킨십 경영에 적극 앞장섰다.
그는 현장 오피니언 리더와의 CEO 간담회, 사무·연구직 직급별 CEO 간담회,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 CEO 한마음 라운드 워크 등 직접 근무현장을 찾아 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상호 소통하는 자리를 확대함으로써 노사 간 신뢰 및 유대감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쌍용차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과 브랜드 경쟁력이 강화로 이어졌으며 자연스럽게 내수판매 확대와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노사 문화 구축을 위한 그의 노력은 지난해 9월 노·노·사·정(쌍용차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간의 사회적 대 타협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당시 합의로 쌍용차는 10년 간 지속됐던 해고자 복직 문제를 매듭짓고 정부의 우호적인 지원 하에 경영정상화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됐다.
◆마힌드라와 성공적인 협력 관계…신차 개발 등 적극 지원
최종식 사장은 재임 기간동안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과의 성공적인 협력 관계도 이끌어냈다.
최 사장은 지난 2010년 5월 영업부문장으로 쌍용차 경영진에 합류해 기업회생 절차 중인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2011년 3월 마힌드라로 인수된 쌍용차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신차 공동 개발은 물론, 엔진 및 플랫폼 공유, 소싱(sourcing), 연구·개발(R&D) 기술 협력, 해외시장 확대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쌍용차와 마힌드라의 파트너십은 양사간 굳건한 신뢰와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힌드라는 M&A 이후 지난 2013년 쌍용차의 신차 개발 재원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8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1월 5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를 통해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은 M&A 당시 70%에서 74.65%로 확대됐다. 두 번의 직접 투자를 통해 대주주로서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한 신뢰를 대내외적으로 공고히 한 것이다.
쌍용차가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등 히트작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마힌드라의 적극적인 신차 개발 지원이 존재했다.
최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마힌드라와의 시너지 프로젝트도 활발히 추진했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 및 효율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시장 공유는 물론, 플랫폼 공유 및 엔진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12년 4월 마힌드라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했고 같은 해 10월 렉스턴 W를 인도에 출시하며 인도시장에 쌍용차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렉스턴 W의 후속모델인 G4 렉스턴의 경우, 마힌드라와의 인도 현지 조립생산(ckd)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지난해 11월 ‘알투라스 G4’라는 이름으로 인도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차량 플랫폼 및 엔진 공동 개발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쌍용차 이사회는 티볼리 플랫폼 공유 및 차세대 가솔린 1.5ℓ GDI 터보엔진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지난달 14일 마힌드라가 인도시장에 선보인 ‘XUV300’이 티볼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인도 현지형 티볼리다. 현지조립 및 부품공용화를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모두 갖춘 XUV300은 출시 15일 만에 경쟁차종인 포드의 에코 스포츠 월간 판매량을 뛰어넘으며 인도 소형SUV 시장에서 3위를 기록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가솔린 1.5ℓ GDI 터보엔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코란도 가솔린 모델에 장착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쌍용자동차의 주력 엔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미래차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며 시너지 작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5년 구글 중심의 IT업체 및 자동차업체 간 글로벌 커넥티드 카 개발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마힌드라와 공동 가입함으로써 안드로이드의 자동차용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향후 출시된 신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에는 마힌드라 그룹 계열사인 테크 마힌드라(Tech Mahindra), LG유플러스와 함께 ‘커넥티드 카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커넥티드 카 플랫폼 공동 개발 및 론칭에 착수하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 사장은 지난 4년간 자동차 산업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뛰어난 경영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라인업 세대교체와 실적 개선, 상생 노사문화 정착, 마힌드라와의 성공적인 협력 등 쌍용차의 외적 성장과 내적 성장을 모두 훌륭히 이뤄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