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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문재인 vs 안철수', 연대 없이 가능할까

전형민 기자
입력 2017.03.29 06:30
수정 2017.03.29 06:54

보수정당과 단일화 않고 1대1 자신…안철수 뭘 믿나?

"기껏 15%인 보수층과 연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권역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마친 안철수 전 대표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고 제가 이길 것입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예비후보의 승리를 전해들은 안철수 예비후보는 "지난 1월 초부터 안철수-문재인 구도를 말씀드렸고 지금까지 다 예측했던 대로 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이른바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의 현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기존의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 후보와 대적하기 위해 불과 10% 남짓한 지지율의 안 후보가 다른 군소 후보들과의 연대, 특히 '보수진영 후보들과의 연대 없이 문 후보와 비등한 규모의 1대 1 대결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문재인대 안철수' 짜여가는 얼개

일단 각 당의 경선이 출발선을 떠나면서부터 안철수 후보가 예상한 이른바 '문재인 대 안철수' 구조의 얼개는 얼추 짜여지는 모양새다.

지난 25, 26일 주말 양일간 치러진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 후보는 경쟁상대인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64.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했다. 비록 총 7군데의 순회 경선 중 2곳에 불과했지만 당세가 집중된 호남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정치권은 이미 사실상 안 후보의 승리를 점친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순조롭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첫 기착지인 호남 경선에서 문 후보는 60.2%라는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호남 경선도 국민의당과 같이 4개의 순회 경선 중 첫 번째에 불과하지만 문 후보의 압승으로 남은 지역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문재인 후보가 손을 들어올려 인사하는 가운데 안희정, 이재명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세론' 확인한 보수, '반문연대' 부채질?

민주당 경선 결과를 확인한 범보수진영은 단일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반문연대'는 적당한 구심점만 있다면 짚단 위의 불씨처럼 한 순간에 타오를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후보를 확정 짓는 바른정당의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 있고 명분 있는 단일화여야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서도 "경선이 끝나고 나면 원점에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당 대선기획단장인 김용태 의원은 "문 후보가 예상대로 호남에서 압승하며 패권세력을 입증함에 따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비문연대를 추진할 운신의 여지가 넓어지지 않겠느냐"며 연대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의 유력 주자인 홍준표 후보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가 되든 본선에서 이길 생각을 하고 본선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당의 본선 후보가 된들 초상집 상주 노릇 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스스로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다.

막상 '반문연대'의 핵심 구심점으로 지목되는 안철수 후보는 이 같은 범보수진영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원칙 없는 연대,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를 위한 연대'에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혀왔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의 대선 구상은 어떤 것일까. 우선 안 후보는 굳이 보수 진영과의 연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 안 후보 측의 귀띔이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가 손을 들어 올려 인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연합·연대론'에 '자강론' 맞서온 안철수, 복안은?

안 후보와 가까운 A 의원은 "보수 진영, 특히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껏해야 10~15%에 불과하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문재인 후보로 굳어질 경우 안희정 후보의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굳이 당장의 지지율 때문에 탄핵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과 연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누구든 굳이 연대하기보다는 나머지를 가지고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무조건 두 명만 경쟁하는 과거의 정치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구도 자체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누가 누구와 연대해서 1위 후보와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의 '연합·연대론' 자체가 구(舊)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많이 잡아야 15%인 보수층과의 연대가 오히려 암세포처럼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지금 당장의 지지율만 놓고 괜히 섣불리 연대했다가 오히려 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여론조사에서 노출되지 않은 표심과 지지층이 본선에서 드러나고 이는 안 후보의 표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대답하지 않은 샤이(Shy) 국민의당, 샤이 안철수를 합치고 '문재인 공포증', '문재인 거부감'을 가진 말하지 않는 다수를 합치면 충분히 문재인과 같은 급"이라고 했다. 안 후보 스스로도 과거 각종 연설에서 지난해 4월 총선을 근거로 "여론조사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거기에 12%를 더해야 한다"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정치공학적 연대는 불가하지만, 국민에 의한 연대 가능하다는 안철수'

그러나 이 같은 '연대불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연대론'과 관련 안 후보의 연설에서부터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그 속내가 주목된다. 안 후보는 지난 주말간 호남 경선 연설에서 "정치인을 위한 공학적 연대는 이미 시효가 지났다. 국민을 위한 연대만 오직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연대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연대에 반대하고 국민을 위한 연대에는 여지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절대 탄핵에 책임있는 세력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가 언급한 연대는 크게 세 가지"라며 "1차적으로 경선을 함께 치룬 손학규·박주선 후보 지지층의 흡수와 2차적으로 국민의당과 성향이 맞는 재야의 인사들이고 3차적으로 탄핵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분들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 연대'를 가늠하는 척도에 대해서는 "각 당의 후보들이 결정되면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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