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탄핵 시계, 9일 부결 시 더민주 '플랜B' 있나
입력 2016.12.03 06:41
수정 2016.12.03 12:33
새누리 비박계 '흔들림' 가시화…통과 불투명
"일단 부결되면 촛불이 더 커지지 않겠나"
“일단 부결되면 촛불이 더 커지지 않겠나. 특검도 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일주일 앞둔 2일, 부결 이후의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같이 말한 뒤 침묵했다. 탄핵안 2일 처리가 무산되면서 오는 9일이 사실상의 마지막 시한으로 못 박혔지만, 최악의 상황인 부결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는 여전히 마땅치 않다.
이 관계자는 “비박 분위기를 보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런데 그걸 지도부에서 공론화해서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다. 누군가는 밑에서 분명 이야기를 하겠지만, '플랜B'라든가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아직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당장 9일이라 시간이 촉박한 건 맞다. 통과가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긴 해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에선 이미 내주 경 언론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조기 퇴진 의지에 재차 방점을 찍을 거란 전망이다. 여기에 조만간 비박계 의원들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면담도 예정돼있다. 탄핵 정국이 고조된 상황에서 3차 담화로 국회 내 균열을 일으킨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정국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기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대에 머물거나 소폭이라도 상승세를 탈 경우,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는 탄핵에서 완전히 발을 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그동안 탄핵에 동조하겠다고 공언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전날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회동 후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을 내세우며 당초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비박계에게 더 이상 탄핵 의지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정치적 결단을 공개적으로 압박해야한다”며 이날 탄핵안 표결을 촉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 당론은 박 대통령의 4월 말 퇴임을 전제로 여야 합의 하에 로드맵을 만들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 번 담화에서 밝힌 대로 여야 합의 사항이어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 만큼 비박계가 야당의 주도 대로 마냥 탄핵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야당이 현재 입장 대로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비박계에선 표결 자체에 불참하는 이탈도 가능한 분위기다. 9일이 다가올수록 비박계 내부의 흔들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지만 야권은 사실상 '촛불'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200명)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을 합해도 172석뿐이다. 즉,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야3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표결 직전까지 새누리당 의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해 설득작업을 펴기로 했지만, 그 외엔 묘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 의석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이 불가능한 만큼, 부결 시의 책임 소재는 비박계를 향한다는 계산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앞서 이번 주말 촛불집회가 또다시 최대 규모를 경신해 비박계가 탄핵을 유지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다만 이 역시 여론의 분노와 촛불에 의한 영향일 뿐, 야당이 주도적으로 방안을 제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조차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야당에 대한 비난 여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차기 대선을 목표로 ‘수권 정당’을 강조해왔던 민주당으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야당 지도부의 사퇴도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부결 이후엔 새누리당 책임론을 전면에 내걸고 촛불에 기대는 것 외엔 현재로써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정치권 다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당으로서는 그날 탄핵에 찬성하지 않은 사람이 누구인지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필요는 있지만, 또 냉정하게 말하면 본인들도 수권 정당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며 “그 외에 새누리당의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분노한 촛불이 더 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