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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김무성·유승민, 탄핵안 놓고 입장차?

장수연 기자
입력 2016.12.03 01:56
수정 2016.12.03 02:05

유승민, "여야 협상 불발 시 탄핵"

김무성, "대통령 사퇴시한 밝히면 굳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대표자 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당서 다시 공 넘겨 받았지만 균열징후 보이는 여당 비주류
"여야 협상 불발 시 탄핵" vs "대통령 사퇴시한 밝히면 굳이…"


야3당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오는 9일 표결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2일과 5일 등을 두고 혼선을 빚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원하는 날짜롤 택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퇴진 입장을 밝힌 뒤에도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표결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비주류 측 의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핵안 상정 후 부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당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혀도 여야 협상이 안 되면 탄핵 표결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비상시국위원회 내부의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비주류 측 의원들의 개별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가장 애매한 부분"이라며 "그 점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만약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겠지만 그럴 경우 그 숫자가 가결에 충분하냐 하는 것은 지금 자신있게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주류 내부에서도 야당이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의원이 나오면서 가결 정족수(200명)를 위한 새누리당의 최소 동참 의석인 28명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여야 협상이 없을 경우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는 일관되게 여야 협상이 안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늦어도 4월말 이전 어느 시점에 자진사임을 하고 그 발표를 하면서 동시에 2선 후퇴를 하고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문제에 대해 본인의 입으로 분명한 말씀이 없다면 당연히 여야협상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탄핵일정은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도 이날 회의 직후 "우리 제안대로 9일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는 일정을 잡고 7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까지 여야협상을 해보고 또 박 대통령이 이때까지 명확한 퇴진시점을 밝히지 않을 경우 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 9일 표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을 내세운 셈이다.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퇴진시점을 당론으로 정한 4월 30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반면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비주류 측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퇴진시점을 못박을 경우 굳이 탄핵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4월 말 퇴진'을 제시한 것을 박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야당과의 별도 협상이 필요없다는 의미다. 즉 박 대통령이 자진하야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9일 탄핵안 처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 끌려갈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야3당이 탄핵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것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한 비박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안에) 표결하기 전에 사퇴 시점을 명확히 밝히면 탄핵안 표결에 굳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시한을 제시할 경우에도 야3당이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2일 발의→8일 본회의 보고→9일 의결'이라는 탄핵 로드맵을 세우며 '탄핵 올인' 방침을 세운 만큼 퇴진시점 제시는 더이상 협상용으로 효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날 비상시국위 대표·실무자 연석회의에서는 야당의 일방적 표결 강행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하루 전 의원총회에서 '4월말 사퇴, 6월말 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음에도 새누리당 비주류 내부에서 이런 틈새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비주류 내에서도 '역할분담'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대통령이 4월 30일 사퇴하겠다고 한다하더라도 여야 합의가 없으면 탄핵에 들어가겠다는 유 의원의 경우는 여야 합의에 방점을 찍어서 원칙론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며 "유 의원이 당위론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김 전 대표는 현실파의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야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야3당 공동으로 2일 탄핵안을 발의해 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야3당이 탄핵안을 9일 처리하기로 한 것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비주류가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확답이 없으면 9일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의 성격으로 보인다. 야당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새누리당 비박계의 선택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박계 일부가 탄핵정국에서 '회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탄핵안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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