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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카드 사용내역을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

윤정선 기자
입력 2014.10.30 11:58
수정 2014.10.30 12:03

금감원, 5개 카드사에서 모집인에게 신규회원 정보 제공 포착

'신용카드 이용금액' 정보…모집인 실적수당 '증빙자료'면서 '마케팅 수단'

사진은 신용카드 모집인이 지난 8월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카파라치' 제도 폐지, 여신전문금융업 개정, 모집인 표적수사 철퇴 등을 이유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카드사가 카드모집인에게 신규회원의 카드사용 금액을 공개하는 등 마케팅을 위해 고객정보를 무분별하게 내준 사실이 드러나 감독당국의 철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드사가 고객정보를 카드모집인에게 공유했던 것은 모집인들의 임금체계와 연관돼 있어 일부 카드사의 문제가 아닌 전체 카드사의 문제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8일 올해 초 카드 3사(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롯데카드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카드모집인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지난 2월26일까지 자사 카드모집인에게 △생년월일 △성별 △전화번호 △상품명 △신용카드 이용(구간)금액 △탈회 여부 △현금서비스 사용여부 등을 회원의 동의 없이 공유했다.

다만, 카드모집인이라고 모든 회원의 정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모집한 신규회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롯데카드는 카드모집인이 새로 받아온 회원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신용카드 이용금액 항목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쓰였다.

예컨대 카드모집인은 신규회원을 모집하면서 월 30만원 이상 3개월 동안 쓰는 조건으로 현금이나 경품 등을 제공한다. 물론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품이나 금전을 제공하는 영업활동은 불법이다.

하지만 일선 카드모집인은 이런 식으로 카드발급을 권유했다. 롯데카드가 카드모집인에게 신규회원의 이용금액을 공유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유치한 회원이 일정액을 사용하지 않으면, 카드모집인은 회원에게 전화해 약속한 금액만큼 사용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간다. 단순 모집활동 외에도 카드사용까지 권유하도록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카드모집인의 임금체계와 연관돼 있다. 카드모집인 임금은 발급수당과 실적수당으로 나뉜다. 발급수당은 말 그대로 카드를 발급했을 때 받는 급여다. 실적수당은 실제 모집한 회원이 카드를 사용했을 때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대형 카드사 소속 한 카드모집인 관계자는 "미래 실적수당을 생각해 자신의 월급에서 신규회원에게 경품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결국 그 회원이 카드를 잘 써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하면 모집영업에도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적수당을 위한 마케팅 수단 전락

구조만 봤을 때 통신사 약정과 비슷하다. 통신사는 신규회원에게 단말기를 할인해주면서 3개월까지 일정금액 이상 요금제를 유지하거나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카드사도 이와 비슷한 식으로 카드모집인에게 정보를 공유해 마케팅 활동을 벌여온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카드사가 모집인에게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공개한 이유는 실적수당에 증빙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카드모집인은 자신이 모집한 회원이 얼마를 쓰느냐에 따라 실적수당이 달라지는 데 이걸 알지 못하면, 카드사가 주는 대로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카드사가 모집인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이유는 임금체계와 뿌리 깊게 연결돼 있다. 실적수당을 근거로 급여를 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모집인이 회원에게 "카드를 일정금액 사용해야 한다"고 영업을 하도록 방관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롯데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게 롯데카드였지만 비슷한 임금체계를 가진 카드사 모두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했다게 업계 중론이다.

금감원은 현재 롯데카드 외 4개 카드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신규 회원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적발해 징계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4개 카드사에는 현대카드,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카드사 대다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모집인 수당체계와 관련 있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카드사가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에 해당하는 모집인에게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롯데카드를 포함해 5개 카드사가 비슷한 사례로 적발됐다"면서 "일부 카드사 문제가 아닌 죄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정보를 공유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선 감독당국을 향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적수당을 지급해야 하므로 모집인에게 회원이 얼마를 쓰는지 알려줄 수밖에 없다"면서 "무조건 불법이라고 선을 긋고 철퇴를 예고하기보다 임금체계나 카드업계 관행적 영업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카드모집인 입장에서 보면, 영업활동이나 임금을 받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 정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이번 일은 롯데카드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국내 카드사의 관행적 문제"라며 "징계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모집인을 거느리고 있는 카드사 대부분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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