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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깡이 점령한 영등포역 1번 출구에선…

윤정선 기자
입력 2014.10.28 11:38
수정 2014.10.28 14:51

도심 곳곳에서 상품권깡 전단 찾아볼 수 있어

상품권 거래 통해 허위매출 일으킨 뒤 현금화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이 성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광고가 도심 곳곳에 버젓이 내걸린 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상품권 규모는 8조2727억원으로 지난 2009년(3조151억원)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고액권이 큰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0만원이 넘는 고액 상품권 발행규모는 2조1640억원으로 지난 2012년(9960억원)과 비교했을 때 한 해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품권 규모의 성장은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상품권이 지하경제 '지폐'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지하철역 근처 전봇대에서 상품권깡을 의심케 하는 전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단에 '카드 할부한도 10% 영등포역 1번 출구'라는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만 달랑 남겨 있다.

이들 업체에 문의한 결과 방문해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일으키면 그 금액만큼 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이어 이를 다시 자신들에 10% 할인된 가격에 팔면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고 꼬드겼다.

예컨대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결제하면 국내 한 유통업체 상품권 100만원권을 준다. 이후 상품권을 다시 이들 업체에 수수료 명목으로 10% 할인된 가격에 팔면 내 손에 현금 90만원이 떨어진다.

업체 관계자는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카드한도 안에서 얼마든지 결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상품권 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한도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까지 이용하면, 수수료 10%만 내면 된다"며 "카드사 현금서비스보다 더 싼 이자로 현금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1조의2(결제금지 대상범위 등)를 보면,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상품권 판매 가맹점은 개인 신용카드 회원에게 월 100만원 초과한 선불카드와 상품권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금액에 상관없이 카드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허위 가맹점일 가능성이 크다. 상품권 판매 가맹점이 아닌 음식점이나 편의점과 같은 일반 가맹점으로 등록해 법을 피해 금액제한 없이 상품권깡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카드결제금액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먼저 지급한 뒤 이를 다시 매입하는 식으로 현금화하는 수법도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상품권이 카드깡 과정에 있어 정상거래처럼 보이게 하는 물품으로 둔갑한 꼴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상품권을 안주고 바로 현금을 준다면 카드결제 이후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오간 기록이 없게 된다"면서 "상품권을 매개체로 허위거래를 정상거래처럼 위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유명 백화점 상품권이 아닌 유통업체 상품권은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서 "이들 상품권깡 업체는 80만원주고 산 상품권을 100만원에 판매하는 식으로 더 큰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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