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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분·소대 도입'에 현역 간부 "군대가 수련원?"

문대현 기자
입력 2014.08.28 07:49
수정 2014.08.28 07:58

"군대는 국가를 지켜야, 사고예방 차원만 접근하면 안돼"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동기 분·소대를 도입하겠다는 제언에 대해 현역 군 간부를 비롯한 대다수의 여론이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동기 분·소대를 도입하겠다는 제언에 대해 현역 군 간부를 비롯한 대다수의 여론이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306보충대 입영식에 참석해 입영장병 부모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입대 동기생 분·소대를 확대 시행해서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의 군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나름 상당히 효과가 있어 전체로 확대 시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총장의 방침에 대해 다수의 예비역 뿐만 아니라 현역으로 복무 중인 군 간부마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기 분·소대 도입이 현실적으로 쉽게 이루어지기 힘든 문제임과 동시에 이것이 군내 사고예방에 그다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동기생 분·소대가 실제 전투상황에서 실질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18년 간 복무하다 최근 전역한 예비역 상사 정모 씨는 2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동기 분·소대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군 전체로 볼 때 마이너스 요인이 크다”고 전했다.

정 씨는 “일과시간 이후 병사들의 생활은 편해질지 몰라도 교육훈련과 같은 유사시에 대비한 임무 숙달이 미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기들끼리 구성된 분·소대에서는 지휘체계가 문란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전투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군대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사고예방 차원에서만 접근해버리면 실제로 전쟁이 났을 때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 대위 역시 김 총장의 구상이 쉽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대위는 “동기라도 진급 시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급이 나눠질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후방부대 소속 소대장 김모 중위 또한 군 생활의 노하우를 배우고 잘못한 부분은 지적할 사람이 필요한데 동기 분·소대를 시행하면 이 점이 불가능해진다며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했다.

김 중위는 “소대는 사수와 부사수로 나눠져 군생활의 팁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가르쳐주고 도움 받는 체계”라며 “동기끼리 소대가 구성된다면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잘못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면서 “동기 소대 내에서도 학교 일진과 같은 무리가 생겨 얼마든지 사고를 유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렇게 되면 이 곳(군대)이 군대인지 수련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도 동기 분·소대 구성이 군 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고 증명된 바가 없을뿐더러 외국 군대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적은 없었다는 이유로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이것이 좋은 방법이었다면 진작에 시행했을 것”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다른 어느 나라도 동기 분·소대를 구성하는 군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비판적인 시선을 내놨다.

그러면서 “상급자들에게 군 생활의 노하우를 받는 일이 모두 생활관에서 이뤄지는데 동기끼리 있으면 누가 그런 것들을 알려주겠냐”면서 “전투력과 전우애 또한 약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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