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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선' 호남이 먼저 역사를 바꾸다

조성완 기자
입력 2014.07.31 01:02
수정 2014.07.31 16:17

강현욱 신한국당 의원 군산 당선후 18년만에

지역갈등 벽 허문 '선택' 새정연 실망감 표출

7.30재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된 30일 저녁 전라남도 순천,곡성 지역에서 한국 정치사를 새로쓰며 당선이 확정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시 새누리당 정당 선거사무소에서 손을 들어올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미니 총선’인 7.30 재보궐선거 투표가 전국 15곳 지역 중 11곳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확정된 가운데 3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마련된 7.30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당선 확정자에게 당선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이 후보는 30일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상대로 승리, 지역주의를 넘어 호남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 당시 전북 군산을에서 강현욱 전 신한국당 의원이 당선된 이래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18년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인사 실패 등으로 취임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측근인 이 후보가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점이 더욱더 값진 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승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복심’의 위풍당당한 원내 복귀, 당내 권력구도 또다시 출렁일 듯

이 후보가 호남에서 당당하게 당선되면서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권 획득에 실패하는 등 친박계 의원들의 당내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 후보의 국회 복귀는 친박계가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후보가 친박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면서 동시에 당청간의 가교역할을 맡게 되면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취임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던 ‘조기 레임덕’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킬 수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내에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한명 더 생긴 셈”이라며 “서청원-이정현이라는 투톱이 만들어지게 돼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과의 연결고리가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도 “이 후보의 원내 복귀는 김 대표에게는 상당한 견제가 될 것”이라면서 “이 후보가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면 당내에서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상당히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대표 입장에서도 이 후보의 당선이 마냥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김 대표도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비록 공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선거패배’라는 생채기를 입을 경우 향후 당내 입지에 다소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혁신’을 내세워 호남에서조차 승리, 글자 그대로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당 안팎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최 소장은 “이 후보의 당선으로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를 갖게 됐다”며 “김 대표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의 승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효과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방에서조차 외면 받은 야권의 ‘정권심판론’, 박근혜정부 국정운영 탄력

대야관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야권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국무총리 낙마 등으로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재보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11대4라는 압승을 거둔 것은 물론, 이 후보가 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으면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국민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라 ‘관피아 척결’, ‘비정상의 정상화’ 등 박 대통령이 밝힌 국가혁신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은 물론이고 2기 내각에도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검경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공격범위에 포함시켰던 야권의 공세도 이번 선거를 통해 상당부분 힘을 잃게 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논평을 통해 “이제는 세월호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라는 엄중한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며 “동시에 야권에게는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데 대해 준엄하게 심판함으로써 정쟁몰이를 중단하고 국정운영에 협력하라는 준엄한 주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결국 호남에서 야권의 강력한 지지구조가 무너진 것은 결국 (새정치연합에 대한) 큰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향후 의정활동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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