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 정당성’ 언급 논란…“LA·샌디에이고 파괴하게 놔둬라”
입력 2026.10.07 06:44
수정 2026.10.07 06:4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 네브래스카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이란이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를 파괴해도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 샌디에이고는 미 해군 기지가 모여 있는 태평양 전력의 핵심 거점인 만큼 이번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네브래스카주 연설에서 이란전으로 인한 연료와 비료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관련해 “전쟁으로 (물가가) 조금 높다”며 “이는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를 안전하게,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며 “그들은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도 있다. 그들이 LA를 파괴하게 놔두라. 샌디에이고를 파괴하게 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던 중 나온 발언인 만큼 이는 이란을 지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유가 상승 등 인플레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려 꺼낸 “작은 대가”라는 표현이 이란이 도시 한둘을 파괴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연결돼 파문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에 두 도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정치권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LA와 샌디에이고는 인구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각각 1, 2위 도시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제정신이 아니며 위험하다”며 “캘리포니아를 점령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보내더니, 이제는 우리의 외국 적들이 LA와 샌디에이고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캐런 배스 LA시장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가 LA를 공격하도록 제안했다”며 “우리 도시를 겨냥한 그의 발언은 위험하며 우리의 안전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소속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도 “우리는 결코 ‘치러야 할 작은 대가’가 아니다”라며 “우리 도시를 당신의 무모한 전쟁 발언에서 빼라”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짐 데스몬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히 반대한다. 어떤 미국 도시도 희생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간선거에서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하자 백악관은 강하게 반박했다. 백악관은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에 대해 발언했던 것뿐이라며 “환각 상태 미디어가 현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채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이라고 미 언론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보유를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 AP/연합뉴스
그렇지만 이란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해도 미 대통령이 사실상 이란의 본토 공격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 만큼 비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군다나 LA와 샌디에이고는 모두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시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텃밭 지역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는 미 해군 기지가 모여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샌디에이고 해군기지는 태평양함대 수상함들의 주요 모항이며, 인접한 코로나도 해군기지와 노스아일랜드 해군항공기지는 항공모함과 해군 항공부대, 네이비실 부대의 거점이다.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는 제3해병항공단을 지원한다. 비록 농담이라고 해도 군 통수권자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지역을 이란의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