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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배터리 시장 열려면…“안전은 검증하고 중복 규제는 줄여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10.01 14:56
수정 2026.10.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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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운송 설비 중복 요구 땐 사업자 부담 가중

성능 평가 표준화·이력 연계로 거래 신뢰 확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안전이 확보된 배터리가 정보 부족과 중복 절차 때문에 창고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 후 배터리 안전점검 및 재제조 배터리 순환체계 안전관리 실증과 관련 법·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정확히 평가하되 불필요한 절차가 거래를 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정동 대륙아주 변호사는 “자동차에서 사용이 종료됐다고 해서 반드시 배터리 자체의 수명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며 “사용 후 배터리 순환체계의 출발점은 폐기가 아니라 평가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 후 배터리의 활용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수리나 부품 교체를 거쳐 다시 전기차에 쓰는 ‘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재사용’ ▲원료를 회수하는 ‘재활용’ 등이다. 남은 성능과 안전 상태를 평가해 어디에 쓸지 정하는 구조다.


김 변호사는 “같은 차종, 같은 형식의 자동차에서 나온 배터리라도 실제 사용 환경과 충·방전 이력, 온도 이력, 사고 여부에 따라 잔존 성능과 안전 상태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외관만으로는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성능 평가 결과와 이력 정보가 함께 전달돼야 적절한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 결과를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기반이 돼야 한다. 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면 구매자가 다시 시험하거나 불확실성을 반영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온도와 충전 상태 등 평가 조건을 표준화하고 시험 장비와 기관 간 편차를 관리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좋은 평가 제도는 단순히 평가 항목이 많은 제도가 아니”라며 “같은 상태의 배터리를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했을 때 평가 기관이 달라도 가능한 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성능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산업 육성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재제조 배터리의 경우 성능 평가로 다시 쓸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도 곧바로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리·조립을 거친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을 시험하고, 차량에 장착한 뒤에도 통신과 충·방전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 단품의 안전성과 차량 전체의 정상 작동 여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단계별로 필요한 검증은 거치되 같은 안전 요건을 여러 법령에서 중복 요구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안전과 자원 순환, 화재·운송 안전 관련 법령이 비슷한 기능의 시설·장비를 각각 요구하면 안전 수준을 높이기보다 사업자의 비용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보관·운송 비용이 배터리 자체의 경제적 가치를 초과하거나 초기 투자·운영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회수와 유통 자체가 경제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배터리 상태와 위험도, 보관량과 운송 규모 등을 고려해 사업자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하위 법령에 반영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규 기후에너지환경부 서기관은 “운반 기준을 충족하는 데 과도한 비용이 들면 시장이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성능평가 및 보관·운송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종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각각의 부처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하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서로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며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평가와 검사 기록을 연계하는 일도 또 다른 과제로 꼽혔다. 어느 차량에서 사용됐고 어떤 수리와 검사를 거쳤는지 배터리 이력을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정보를 반복 입력하는 부담을 줄이고, 거래 당사자가 배터리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때 실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력 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상 도구가 아니라 거래 시장에 신뢰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운용해야 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거래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그 결과 시장이 확대되고 발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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