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대신 위로를”…무대에 구현된 SF 디스토피아, 천선란 ‘이끼숲’[현장]
입력 2026.09.21 16:51
수정 2026.09.21 16:51
생동감 위해 6명→4명 캐릭터 압축
시각·청각 극대화한 삭막한 지하 도시 완벽 구현
10월 1일~12월 13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동명 SF 소설이 창작 뮤지컬 ‘이끼숲’으로 재탄생한다.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물들이 통제된 삶 속에서 서로의 고통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오루피나 연출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뮤지컬 ‘이끼숲’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원작 소설이 지닌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무대 위로 어떻게 올릴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규칙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삭막한 세상과, 그 안에서 꿈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대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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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는 원작자 천선란 작가와 오루피나 연출을 비롯해 배우 송유택, 전혜주, 이주순, 정다예, 윤지우가 참석해 작품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행사는 배우 윤지우와 이주순의 원작 소설 낭독에 이어 극의 주요 넘버인 ‘별 헤는 밤’과 ‘이끼숲 rep(리프라이즈)’ 시연으로 채워졌다.
원작자인 천선란 작가는 “이 작품은 한 명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라며 “이끼숲이라는 우울한 세계관이 뮤지컬에서 어떤 색채와 핵심 장면으로 표현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오 연출은 사전 정보 없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위해 시청각적 직관성을 높였다. 기계적인 소음을 활용해 지하 세계의 냉정함을 표현하고, 이를 인물들의 감정을 담은 음악과 대비시켰다. 또한 무대 위 생동감을 위해 원작 속 6명의 친구를 4명으로 압축했다. 극 중 이미 사망한 인물인 유오는 친구들이 가는 길을 안내하고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상징적인 조력자로 설정해 서사의 입체감을 더했다.
오 연출은 “치열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피상적인 응원보다는 조금씩 더 버텨내며 단단해지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라며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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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원작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인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인공 별을 올려다보는 게 취미인 클론연구소 경비원 마르코 역의 송유택은 “인물의 생각과 가치관이 노래로 표현되는 순간 그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란다”라며 “무대 위에서 ‘소찢남(소설을 찢고 나온 남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도시감청팀 소속 소마 역의 전혜주는 “지상으로 향하려는 개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친구들 간의 관계성에 집중해 인물을 켜켜이 쌓아 올렸다”라고 말했다. 도시계획팀 의주 역을 맡은 정다예는 쌍둥이 자매 1인 2역에 도전한다. 정다예는 “애증이라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증오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정서와 사랑받고자 하는 아이의 맹목적인 마음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상의 숲을 믿는 개발건설팀 유오 역의 이주순은 “연출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원작 소설을 틈틈이 참고하며 내면을 채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르코의 동료 은희 역의 윤지우는 “슬픈 이야기 속에서도 관객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인물을 만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끼숲’에는 마르코 역에 송유택·현석준·홍승안, 소마 역에 강연정·강혜인·전혜주, 유오 역에 정욱진·이주순·이한솔, 의주 역에 정다예·이혜진·오유민, 은희 역에 김청아·한비·윤지우가 출연한다. 공연은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