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극장 문턱 낮추는 공공 지원…창작 뮤지컬 ‘시범공연’ 시험대
입력 2026.09.17 14:40
수정 2026.09.17 14:41
제작비 부담에 위축된 대극장 창작…최근 2년간 5편 불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형 뮤지컬 지원사업’ 본격화
3주간 유료 시범공연 거쳐 본공연 위험 완화…‘남벌’ ‘마제스티’ ‘오페라’ 등 무대화
대극장 창작 뮤지컬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공공 지원 체계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올해 신설한 ‘대형 뮤지컬 지원사업’을 통해 본공연 개막 전 작품성과 시장성을 검증하는 시범공연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대극장 창작 뮤지컬은 막대한 제작비와 흥행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작 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꼽혀왔다. 대극장 규격의 무대 장치와 오케스트라, 출연진 운용 등에 수십억 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지만, 초연 실패 시 발생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무대에 오른 대극장 창작 뮤지컬은 ‘몽유도원’과 ‘유미의 세포들’ 2편에 그쳤으며, 최근 2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전우치’ ‘한복 입은 남자’ 정도가 추가돼 총 5편 수준에 머무른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라이선스 대형작이나 중소극장 창작물로 쏠리면서, 신규 대형 창작 레퍼토리 개발은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여왔다.
올해 6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공연 ⓒ샘컴퍼니
이러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3월 론칭된 사업이 ‘대형 뮤지컬 지원 공모’다. 이 사업은 작품의 개발 단계에 따라 ‘낭독공연’과 ‘시범공연’ 두 개 갈래로 구조화해 최종 목적지에 부합하는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낭독공연은 신규 대형 작품 개발 및 기존·신규 중소형 뮤지컬의 대형화(스케일업)를 추진하는 프로덕션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5월 30편의 작품이 1차로 선정된 데 이어, 예경은 창작 기회 확대를 위해 지난 8월 18일 2차 공모를 공고하고 추가 선정을 진행 중이다.
시범공연은 대극장 실연 무대화를 목표로 하는 신규 대형 프로덕션의 실질적 검증을 지원한다. 지난 5월 8편의 작품이 최종 선정됐으며, 이후 프로덕션 준비 과정에서 1개 단체가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예비 선정작이었던 ‘남벌’(감탄사)이 승계 합류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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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된 시범공연 단체들은 약 3주간의 유료 시범공연을 거친다. 단발성 쇼케이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유료 관객을 대상으로 무대를 운영하면서 대본과 음악, 연출, 무대 메커니즘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완성도를 사전 검증함으로써 수십억 원의 손실 위험이 수반되는 대극장 본공연 직행 부담을 덜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오차드씨앤씨의 ‘오페라’(10월 1일 개막)를 시작으로 감탄사의 ‘남벌’(10월 23일 개막),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의 ‘마제스티’(10월 25일 개막), 아이엠컬처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모셔널씨어터의 ‘넷플릭스’(가제), 브러쉬씨어터의 ‘리틀 우든 보이’가 무대화를 앞두고 있다. 연우무대의 ‘클래식’과 라이브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내년 초 개막 예정이다.
영미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경우 리딩, 워크숍, 트라이아웃 등 다단계 개발 과정을 거쳐 상업 무대에 진입하는 체계가 정착돼 있다. 반면 국내 공연계는 체계적인 사전 검증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대형 창작 작품이 곧바로 본공연에 직행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문체부와 예경이 구축한 이번 단계별 지원 체계는 공공 재원을 통해 대극장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창작진에게 충분한 개발 기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가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시범공연의 성과는 사전 개발 모델이 국내 뮤지컬 산업 생태계에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