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 관람의 자유가 ‘민폐의 면죄부’는 아니다 [기자수첩-문화]
입력 2026.09.21 07:00
수정 2026.09.21 07:00
영화 상영 중단 부른 소란부터 연예인 '비매너' 논란까지
잇따른 '관크' 사태… 무너진 공공장소 기본 예절
숨소리 통제하던 예민함과 무개념 관람의 양극화
#지난 15일 뮤지컬 ‘소년의 초상’ 객석에서 가수 청하와 남유정이 공연 도중 휴대전화를 여러 차례 켜고, 다리를 의자 위에 올리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관객들 관람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지난달 19일 인천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오디세이’ 상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외국인 관객이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부터 큰 소리로 떠들고 휴대전화 화면을 밝게 켜는 등 소란을 피웠다. 항의하는 관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해당 관객을 연행했다. 다수 관객이 관람을 포기하고 퇴장했으며, 극장 측은 피해 관객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며 사과해야 했다.
외국인 관객의 소란으로 '오디세이' 상영이 중단된 인천의 한 극장 ⓒ스레드
최근 공연계는 극도로 예민한 관람 문화를 경계하고 개선하려는 추세에 있다. 기침 소리나 미세한 자세 변경조차 주변 눈총을 받는 ‘시체관극(시체처럼 꼼짝 않고 관람하는 행위)' 문화가 관객의 피로도를 높이고 신규 관객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기획사들은 관람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작품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관객이 정해진 좌석에 앉아 무대만 응시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극 공간을 직접 누비며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는 이머시브(몰입형) 공연이 대표적이다. 넘버를 함께 따라 부르는 싱어롱(Sing-along) 회차를 별도로 편성하거나, 공연 도중 자연스러운 환호와 기립을 유도하는 참여형 극도 흥행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경직된 분위기를 탈피해 라이브 공연 특유의 현장감과 활기를 되찾으려는 변화다.
관객이 함께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커튼콜 장면 ⓒCJ ENM
그러나 관람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타인과 공유하는 공간에서의 기본 예절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극 흐름에 동화되어 나오는 자발적인 환호와, 몰입을 일방적으로 깨뜨리는 소음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어두운 상영관 내에서 켜진 스마트폰 불빛, 작품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 좌석에 발을 올리는 자세는 타인의 관람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영화와 공연은 수십, 수백 명의 관객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매체다. 특히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최고가 좌석 티켓 가격이 19만원에 육박한다. 관객 개인이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는 단순한 에티켓 위반이나 부주의를 넘어선다. 이는 누군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누려야 할 문화적 경험을 훼손하는 물리적, 경제적 피해이자 명백한 소비자 권리 침해다.
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관람 문화는 타인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전제가 확고할 때 정착할 수 있다. 극장은 모두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모인 공공의 영역이다. 그 누구에게도 타인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할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참여와 몰입을 빙자한 민폐를 근절하고, 주최 측의 책임 있는 현장 관리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