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재제청' 사태에 국힘 권한쟁의심판 청구 예고…받아들여질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753]
입력 2026.09.21 10:27
수정 2026.09.21 10:29
청와대, 손봉기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 안 해…재제청 요구
국민의힘 "국회 임명동의권·의원 심의·표결권 침해"
정당·개별 의원 명의 청구라면 '청구인 적격'부터 난관
국회가 직접 청구해도 대통령의 동의안 제출 의무가 쟁점
조희대 대법원장 ⓒ뉴시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미제출과 재제청 요구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국민의힘이나 소속 국회의원이 청구인으로 나설 경우 본안 판단에 앞서 청구인 적격을 인정받기 어려워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 대통령의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 미제출 및 재제청 요구로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과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의 실질적 협의 없이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 이뤄져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각각 제청권과 임명권, 동의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의 처분이나 부작위가 청구인의 헌법·법률상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대목은 실제 청구인이 누구냐는 점이다. 헌재는 2020년 자유한국당 관련 권한쟁의 사건에서 정당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라도 결론은 같았다.
청와대 전경 ⓒ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청구하더라도 문턱은 높다. 헌재는 2015년 '2013헌라3' 결정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요청하지 않아 국회의 동의권과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국회의원 121명의 청구를 각하했다. 국회의 동의권은 국회라는 기관의 권한이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 내부에서 행사되는 권한이어서 대통령 등 외부 국가기관이 이를 직접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은 국회라는 헌법기관 자체의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부작위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고, 헌재도 판례를 통해 이를 확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구인 적격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대법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대법원장의 제청이 대통령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인 만큼 본안 판단에 들어가더라도 인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청구하는 등 국회 자체가 청구인으로 나서면 청구인 적격이 인정될 여지는 있다. 헌재는 2025년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부작위가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회가 재판관 선출을 이미 마친 상태였고 대통령에게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을 임명할 헌법상 의무가 인정됐다. 아직 국회의 동의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이번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사건이 본안 판단까지 간다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에게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반드시 제출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로 직접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라며 "국회가 이 권한의 침해를 주장하기에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국회의 동의권과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내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만으로 국회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인정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청구는 실제 인용 결정을 받기 위한 목적보다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무력화 논란과 사법부 독립성 훼손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와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법적 대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