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가 보여준 '종합게임쇼'의 힘…지스타에 남긴 화두는 [TGS 2026]
입력 2026.09.21 13:06
수정 2026.09.21 13:19
53개 국가·지역 1138개사 참가…태풍에 일정 하루 줄어도 25만명 방문
서브컬처·장수 IP·AI까지 한자리…게임쇼의 '다양성' 확인
일반 관람객 입장이 시작된 TGS 2026 마쿠하리 멧세.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붐볐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중국 주요 게임사의 대형 부스가 빠졌지만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가 몰려들었고, 일본 대형사들은 수십 년 된 간판 IP와 신작을 앞다퉈 꺼냈다. 서브컬처부터 인디게임,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한 전시장 안에 뒤섞였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 2026'을 나흘간 직접 돌아보며 확인한 것은 '종합게임쇼'의 힘이었다. 어느 한 장르나 특정 국가에 기대지 않는 구성으로 아시아권 게임 트렌드를 가장 선명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 일부는 자국에서 공개하지 않은 게임 정보를 TGS에서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TGS에는 53개 국가·지역에서 1138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일본 540곳보다 해외 참가사가 598곳으로 더 많았다.
일반 게이머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일반인 입장이 허용되는 19~20일 퍼블릭데이에는 이른 아침부터 카이힌마쿠하리역과 행사장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인기 부스는 개장 직후 시연 접수가 끝났고 일부 전시장에서는 한 걸음씩 천천히 움직여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당초 사상 첫 5일 개최를 계획했던 TGS는 태풍으로 마지막 날 행사가 취소됐음에도 나흘간 25만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韓은 서브컬처 앞으로…日은 오래된 IP도 신작으로
괄목할만한 점은 한국 게임사의 존재감이 어느 해보다 컸다는 점이다. 국내 참가사는 지난해 약 50곳에서 127곳으로 늘어 일본 다음으로 많았다.
엔씨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넥슨게임즈는 '파레이돌리아', 넷마블은 '펄 인 블루'와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스마일게이트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등 주력 신작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퍼블릭데이 엔씨와 넥슨게임즈 부스는 개장 직후부터 예상 시연 대기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공통분모는 캐릭터와 서브컬처다. 한때 서브컬처는 오타쿠들의 전유물로 취급되며 행사장 한쪽을 차지하던 마이너 장르였다. 그러나 일본 IP의 확산과 인식 개선, 서브컬처 게임들의 강세로 인해 이제는 대형 게임사들의 승부처로 변모한 모습이다. 특히 서브컬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에서 먼저 이용자를 사로잡으려 하는 한국 게임사들의 전략도 뚜렷했다.
넥슨게임즈 파레이돌리아 부스 전경.ⓒ넥슨게임즈
다만 정작 일본 게임사를 돌아보면 서브컬처를 제외하고도 '다른 힘'이 돋보였다.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 VII 리베레이션'과 '드래곤퀘스트 몬스터즈' 신작을 내놨고, 세가·아틀러스는 '스트레인저 댄 헤븐', '페르소나4 리바이벌', '크레이지 택시: 월드 투어' 등을 앞세웠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오래 전부터 팬덤을 확보하고 있던 IP의 신작이다. 서브컬처가 커졌다고 수십 년 된 IP와 액션·RPG·레이싱 등 기존 장르가 밀려난 것이 아니었다. 오래된 IP를 계속 새 작품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장르와 이용자를 끌어안는 양상이다. 특히 전시장 중앙이라 할 수 있는 5홀 부근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게임사가 빼곡하게 늘어섰고, 시연을 대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동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일본 게임산업의 축적된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TGS는 게임 시연만 하는 행사도 아니었다. 개발자 토크와 성우·음악 무대, 코스프레, 굿즈 판매가 이어졌고 비즈니스데이에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상담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비즈니스 매칭 시스템을 통한 상담은 3673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했다. 레드불은 전시장 중앙 로비에서 지나가는 관람객에게 음료를 무료로 나눠줬다. 수많은 관람객이 오가는 공간에서 수만 병 단위 무료 배포에 나선 것 자체가 TGS가 기업들에 얼마나 큰 마케팅 무대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줬다.
올해 TGS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AI 기업이 전시장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장에 마련된 AI 테크놀로지 파빌리온에는 14개사가 참가했다. 생성형 AI와 개발 지원 솔루션이 게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제작을 지원하는 기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세가 아틀라스 부스. 시연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게임쇼, 무엇이 '중심'인가
두 달 뒤 대한민국 부산에서는 '지스타 2026'이 열린다.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TGS와 달리, 지스타는 아직까지 크래프톤을 제외한 국내 대형사 참가 소식이 들리지 않으며 우려를 사는 상황이다.
물론 지스타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변화 시도하고 있다. 캐릭터 AI 서비스 '크랙'을 운영하는 뤼튼을 비게임사 최초 메인 스폰서로 선정했고, 게임 바깥 콘텐츠까지 관람층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중국 게임사들의 참가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TGS처럼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차이는 중심축이다. TGS에서는 일본 대형 게임사와 장수 IP가 굳건히 '킬러 콘텐츠'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 인디, 서브컬처, AI와 비즈니스가 옆으로 계속 붙었다. 지스타 역시 이 같은 '건전한 확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최근엔 지스타를 대신해 수도권의 'AGF' 등이 애니메이션과 서브컬처 게임을 중심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스타 대체론, 혹은 무용론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종합게임쇼'의 역할은 또 다르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특정 팬덤에 집중하는 행사 역시 그만의 매력이 있는 반면, 종합게임쇼는 PC·콘솔·모바일부터 인디, 신기술과 산업 비즈니스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원동력으로 '게임'이라는 중심축을 단단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