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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식탁 파고드는 K-장류…다음 승부처는 '현지화' [세계가 주목한 장]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9.18 07:00
수정 2026.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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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출액 771만 달러로 4년 새 2배 이상↑

한식 넘어 타코·버거·BBQ에도 고추장

현지 마트 진열대 파고든 K-장류

한국 음식 아닌 현지 음식에도 활용

최근 5년간 장류 베트남 수출 규모 추이(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인공지능(AI)으로 제작

한국 장류가 베트남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아보긴 위해 지난 7~10일 호치민을 방문했다. 과거에는 떡볶이와 비빔밥, 삼겹살 등 한국 음식에 곁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비되던 것이 이제는 현지의 멕시코 음식점과 서양식 펍, 미국식 BBQ 전문점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장류가 '한식의 재료'에서 다양한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소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느꼈다.


최근 5년 새 2447t→4882t…K-장류, 베트남 수출길 넓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 최근 5년 수출통계를 보면 이런 변화를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추장·간장·된장·기타 장류를 합친 베트남 수출량은 2021년 2447.2t에서 2025년 4882t으로 약 2배 늘었다. 수출액도 같은 기간 374만4100달러에서 770만9600달러로 105.8% 증가했다.


특히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4년 4329.3t이던 수출량은 2025년 4882t으로 12.8% 늘었고 수출액은 667만1900달러에서 770만9600달러로 15.5%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2464.8t, 382만9300달러가 수출됐다.


품목별로는 고추장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고추장 수출량은 2351.2t, 수출액은 438만6200달러로 전체 4개 품목 수출액의 약 57%를 차지했다. 간장도 1317.3t, 172만6300달러로 뒤를 이었다. 된장과 기타 장류 역시 각각 450.6t·52만1300달러, 762.9t·107만5800달러가 수출됐다.


크래프트비어 펍인 BiaCraft의 메뉴 'Gochujang Fried Chicken'과 'Gochujang Fried Chicken Burger'.ⓒ데일리안 임은석
타코에 고추장, 버거엔 고추장 마요…'한식 밖'으로 번지는 장류


이러한 수출 증가의 배경을 기자가 방문한 호치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현지 크래프트비어 펍인 BiaCraft의 메뉴에는 'Gochujang Fried Chicken'과 'Gochujang Fried Chicken Burger'를 찾을 수 있었다. 순살 치킨에 한국식 고추장 양념을 발라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메뉴에는 고추장을 '달콤하면서 매콤한 소스'로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 음식점인 El Camino Taqueria에서도 한국 장류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은 타코와 부리토, 퀘사디야 등에 김치와 고추장 등 한국식 재료를 결합한다. 특히 고추장 베이스의 매콤달콤한 맛을 멕시코식 타코에 접목한 'Korean Tacos'가 대표 메뉴로 소개되고 있다. 맛은 닭갈비를 토르티야에 싸먹는 듯했다.


Avenue Saigon은 더욱 일상적인 사례다. 스포츠바 성격의 이곳에서는 와규 치즈버거에 고추장 마요를 사용한다. 한국식 버거가 아니라 서양식 버거에 고추장을 소스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다만 고추장 마요의 맛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


미국식 BBQ를 표방하는 Quán Ụt Ụt에서도 고추장을 활용한 폭립(돼지갈비)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BBQ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대표 소스 중 하나로 고추장 소스를 고르면 훈연한 미국식 BBQ에 고추장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을 입혀준다.


이처럼 호치민에서 만난 장류는 더 이상 한국 음식점 안에만 있지 않았다. 멕시코 음식, 버거, 치킨, BBQ 등 음식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소스와 양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호치민 최대 쇼핑몰인 사이공센터 내에 위치한 안남 고메 마켓에 전시된 K-장류 모습.ⓒ데일리안 임은석
'한국인용 제품' 옛말…현지 마트 진열대 파고든 K-장류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호치민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한국산 고추장·된장·간장 등 장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별도로 마련된 코너가 아니라 베트남 식재료 코너에 함께 놓여있었다. 이는 한국 장류가 한인 소비자만을 위한 수입식품에서 현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일반 식재료로 유통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음식에도 써요"…K-장류의 다음 승부처는 '현지화'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20대 여성 B씨는 고추장의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풍미를 좋아한다며 한국식 BBQ를 먹거나 한국식 요리를 만들 때 고추장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음식점에서 음식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세 여성 C씨는 한국 장류가 베트남식 BBQ에도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풍미가 진하고 고기를 양념해 굽는 베트남인의 식문화에도 맞으며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장류가 베트남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대형 슈퍼마켓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장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반드시 한국 음식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34세 여성 E씨는 고추장과 쌈장을 한국 음식뿐 아니라 고기를 재우거나 찍어 먹는 소스를 만들고, 베트남 음식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56세 여성 D씨는 한국 장류가 짠맛과 자연스러운 단맛, 매운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하면서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봤다. 한국 문화의 인기,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맛, 그리고 구매와 소비가 쉬워졌다는 점을 장류 확산의 배경으로 꼽았다.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과 현지인들의 반응으로 알 수 있듯이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국 장류를 떡볶이나 비빔밥 같은 한식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재우거나 찍어 먹는 소스를 만들고 베트남 음식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재료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류의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시장 확대를 좌우할 변수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넘어 현지 음식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 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호치민 7군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전시된 K-장류 모습.ⓒ데일리안 임은석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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