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슈퍼카 외길 벗고 'SUV' 만든다
입력 2026.09.17 09:46
수정 2026.09.17 09:46
영국 내 제조·연구개발 역량 확대…새 조립공장 건설
브랜드 최초 엔진·변속기 자체 설계·현지 생산 추진
퍼포먼스 SUV로 차급 확장…2032년까지 일자리 1000개 창출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맥라렌 오토모티브
슈퍼카 명가 맥라렌이 퍼포먼스 SUV를 앞세워 새로운 차급에 뛰어든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직접 개발하고 영국 현지 생산까지 추진한다. 슈퍼카 중심의 한정된 제품군에서 벗어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승부수다.
맥라렌 오토모티브는 영국 내 제조·엔지니어링·운영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5억파운드, 한화 약 9200억원을 투자한다고 17일 밝혔다. 차세대 모델 개발과 생산을 위한 신규 시설을 구축하고 기존 사업장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맥라렌 주주인 아부다비 국부 투자기관 리마드 홀딩 컴퍼니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창립자 브루스 맥라렌이 1963년 회사를 세운 영국을 디자인과 연구개발, 생산의 중심지로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제품군 확장이다. 맥라렌은 새롭게 출시할 퍼포먼스 SUV를 비롯한 차세대 모델을 영국에서 생산한다. 이를 위해 현지에 차량 조립 시설을 새로 짓고 기존 생산시설의 운영 능력도 키운다.
맥라렌이 SUV 출시를 공식화한 것은 슈퍼카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경쟁사가 고성능 SUV 시장에서 판매량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가운데 맥라렌도 본격적인 차급 확장에 나선 셈이다.
파워트레인 전략에도 변화가 생긴다. 맥라렌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자체 설계해 영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우선 새로운 엔진 2종과 변속기 개발에 착수한다.
새 파워트레인은 맥라렌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전략을 뒷받침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P1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과 효율을 함께 높인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외부 업체와 협업해 온 엔진과 변속기의 핵심 기술을 내부로 가져오면 차량 개발의 주도권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모델별 성능과 주행 특성에 맞춘 독자적인 파워트레인 설계가 가능해지고, 핵심 지식재산권도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영국 내 주요 사업장에는 역할을 나눠 통합 개발 체계를 구축한다. 본사가 있는 워킹의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와 사우스요크셔의 탄소섬유 제조·연구시설인 맥라렌 컴포지트 테크놀로지 센터는 운영 규모를 확대한다.
새로운 시설도 가동에 들어갔다. 비스터에 문을 연 맥라렌 크리에이션 센터에는 디자인·혁신 기능이 들어섰으며, 미들랜즈 지역에는 차량 시험·개발 시설이 마련됐다. 각 시설을 연결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부터 시험, 탄소섬유 기술, 첨단 제조까지 전 과정을 영국 안에서 수행할 방침이다.
투자 확대는 현지 고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맥라렌은 2032년까지 영국 사업장에서 최소 1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기존 고용도 유지하기로 했다. 생산 인력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며, 차세대 자동차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견습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영국 자동차산업 공급망에서 추가로 생기는 일자리는 최대 30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차종과 자체 파워트레인 생산이 본격화되면 부품·소재업체를 포함한 현지 산업 전반으로 투자 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셈 알 자비 리마드 매니징 디렉터 겸 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번 투자는 맥라렌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다음 도약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60년 넘게 맥라렌을 정의해 온 헤리티지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