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대회의 이정표, 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일까? [YOU KNOW]
입력 2026.09.10 12:02
수정 2026.09.10 12:02
농구와 유도가 열리는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 ⓒ Xinhua=뉴시스
오는 19일 개막하는 제20회 하계 아시안게임의 공식 명칭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일반적인 국제종합대회라면 개최 도시 이름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울 아시안게임, 부산 아시안게임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일본의 현(県)인 아이치현과 그 현청 소재지인 나고야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경기장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 유치 단계부터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공동 개최를 전제로 움직였고, 개최권 역시 두 지방정부가 함께 확보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충북·청주 아시안게임’, ‘전북·전주 아시안게임’인 셈이다.
아이치·나고야가 아시안게임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2016년이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그해 3월 2026년 제20회 아시안게임 국내 후보도시 모집에 들어갔고,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는 공동 입후보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그해 9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그렇다면 왜 현과 시가 손을 잡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회의 규모다.
아시안게임은 특정 도시의 몇 개 경기장을 활용하는 단일 종목 국제대회와 차원이 다르다. 이번 대회는 45개 국가·지역에서 선수단이 참가하고, 16일 동안 열린다.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것은 1958년 도쿄, 1994년 히로시마에 이어 세 번째다.
컨테이너 숙소를 사용할 인도 선수. ⓒ AFP=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경기장이 나고야시 안에만 있지 않다. 주경기장인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을 비롯한 주요 시설이 나고야에 자리 잡고 있지만, 축구·야구 등 여러 종목은 아이치현 각지의 기존 경기장을 활용한다. 개최 계획 자체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짜였고, 대회 공식 자료 역시 개최지를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로 규정하고 있다.
경기장 분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종목은 아이치현 밖에서도 열린다. 축구를 비롯해 대회 일부 경기가 인근 지역의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국제종합대회를 치르기 위해 새로운 경기장을 무더기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결국 ‘아이치·나고야’라는 대회명은 대회를 치르는 공간적 범위와 개최 책임의 주체를 함께 보여주는 명칭에 가깝다.
이번 대회는 ‘선수촌 없는 아시안게임’이라는 점에서도 기존 대회와 차이가 있다. 대회 조직위는 전통적인 선수촌을 새로 건설하는 대신 호텔과 크루즈선, 임시 숙박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용 부담과 준비 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최근 실제 참가국들도 이 같은 숙박 환경에 맞춰 준비에 들어갔다.
경기장 역시 마찬가지다. 신축 시설을 최소화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국제종합대회를 위해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대신 지역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체육시설을 연결해 비용을 축소할 수 있었다.
'아이치·나고야'라는 이례적인 명칭은 단순히 두 지자체의 자존심 싸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스포츠 메가 이벤트가 가져오는 재정적 폭탄을 막기 위해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가 손을 잡고, 기존 시설과 광역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실용주의 스포츠 이벤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