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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보호 먼저”…넷플릭스 시대, EBS의 반가운 소신 [기자수첩-문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9.09 07:00
수정 2026.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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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류’ 성공 사례에도…‘위대한 수업’ 넷플릭스행 질문에 밝힌 소신

글로벌 OTT 종속 우려 속, 공영방송 EBS가 지식의 본질을 지키는 법

최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 묵직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경제를 쉽게 풀어낸 ‘다큐프라임’의 ‘주식의 시대’·‘돈의 얼굴’과 다큐와 예능의 결합으로 흥미를 높인 ‘최후의 인류’ 등 큰 자본이 투입된 고자극 콘텐츠의 범람 속,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EBS의 콘텐츠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탄탄함을 갖춘 공영방송 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나며 파급력을 높이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물결 앞에서도, EBS가 깐깐하게 ‘밀당’을 고수하며 모두가 쉽게 즐기는 가치를 유지하는 콘텐츠가 있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EBS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담은 EBS 대표 시사교양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이하 ‘위대한 수업’)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시즌6 방송을 앞둔 현재, 넷플릭스에는 시즌1, 2의 일부 회차만이 서비스되고 있다.


EBS 글로벌콘텐츠부 김민태 부장은 ‘위대한 수업’ 시리즈의 넷플릭스 공개에 대해 “우리 채널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시간이 경과가 되면 그 후 세계적으로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EBS 관계자에 따르면, 공개된 ‘위대한 수업’ 회차들도 3년 정도의 긴 텀 이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물론 EBS의 모든 콘텐츠가 긴 홀드백(영화·방송 등 콘텐츠가 다른 유통 채널로 넘어가기까지 두는 유예기간)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최후의 인류’는 넷플릭스와 만나 더 많은 시청자들을 아우른 바 있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를 배경으로, 최후의 7인이 각종 미션을 소화하며 ‘과학’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실험했다. ‘기후 위기’와 ‘과학’이라는 다소 무거운 키워드를 생존 리얼리티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장홍제, 장동선 교수 등 전문가는 물론 배우 유승호, 방송인 이은지 등 일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대변할 스타들을 통해 주목도를 높였다. ‘재미’의 비중을 높인 만큼, 넷플릭스에서는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집계에서 5위를 기록하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이 외에 ‘다큐프라임’의 ‘주식의 시대’·‘돈의 얼굴’ 등 재테크에 관심 있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법한 경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역시 넷플릭스 공개 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위대한 수업’ 시리즈는 예외였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담은 ‘위대한 수업’ 시리즈도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청자들을 적극 겨냥할 수 있었다. 그러나 EBS는 자사 채널과 협력 플랫폼의 자생력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사업과 방송 콘텐츠를 결합한 ‘위대한 수업’은 고등교육 수준의 지식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해 평생학습권을 확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동시 방영을 통해 시청층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영리한 사례가 이어지지만, “이러다가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방송가의 우려가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공개 없이도 높은 퀄리티만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는 ‘위대한 수업’ 시리즈가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는 시즌4 직후 정부 지원의 중단으로 한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시청자들의 응원 속 자력으로 시즌을 이어나가고 있다. “채널 보호가 먼저”라며 지식 플랫폼의 가치를 지켜낸 EBS의 묵직한 소신이 유독 반가운 이유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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