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저격 사건 모티브 ‘암살자(들)’…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그린 시대의 기록 [현장]
입력 2026.09.08 17:37
수정 2026.09.08 17:38
23일 개봉
'암살자(들)'이 1974년의 한 사건을 통해 권력과 언론,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암살자(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팩션 스릴러다. 유해진은 사건의 진실을 좇는 형사 철구를, 박해일은 권력의 압박에도 취재를 멈추지 않는 언론인 재환을, 이민호는 사건을 목격한 뒤 진실 규명에 뛰어드는 신입 기자 영일을 연기했다.
허진호 감독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실제 현대사 사건을 바탕으로 권력과 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과 닮았다는 질문에 허진호 감독은 "'서울의 봄'과 비교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암살자(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처음부터 감춰진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이 어떤 감정으로 살아갔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마침 자유언론실천 선언 등 같은 시기의 사건들이 있었고, 그 시대를 보여주기 위해 기자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영화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기자라는 직업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에 대해 “’암살자(들)’은 미스터리 추적극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사건 하나가 아니라 1974년이라는 시대의 분위기와 사회였다”며 “그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기 위해서는 기자라는 존재를 빼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해일도 영화가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 시대든 지금이든 시대의 공기를 보여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진실을 외친다고 해도 그 출발점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영화에서 기자가 이야기의 한 축이 돼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저에게도 큰 숙제였다”며 “‘덕혜옹주’ 이후 10년 만에 허진호 감독과 다시 작업했는데, 감독 특유의 절제와 정갈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두 번째 작업인 만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 숙제였고 시나리오를 놓고 감독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인물을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민호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영화가 맞닿아 있다고 말했며 “요즘은 진실보다 자극적인 제목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낀다. 1인 미디어와 수많은 콘텐츠가 생기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였지만 진실을 좇던 사람들의 신념이 부럽기도 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일을 연기했다”며 “작품 속에서나 지금이나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소명과 책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정우성, 심은경, 박정민, 신현빈, 류경수, 박성훈, 오달수, 엄태웅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하게 된 과정도 공개했다. 허 감독은 “처음부터 유명 배우들을 짧은 역할에 캐스팅하려던 계획은 없었다. 오히려 자칫 캐릭터보다 배우가 먼저 보여 이질감이 생길까 조심스러웠다. 다만 영일의 형처럼 상징성이 필요한 역할은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재미있게 읽은 배우들이 흔쾌히 한두 장면씩 참여해줬다. 그것이 단순한 이벤트처럼 소비되지 않도록 촬영 전부터 인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정민이 연기한 핵심 인물에 대해서는 “등장 분량은 많지 않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인물이었다”며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를 계속 질문하며 함께 만들어갔다.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훌륭하게 표현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은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이 자신들의 연기를 한 단계 더 깊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해진은 “감독님은 작은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만드는 분이다. 현장에서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공부하게 만든다. 그런 과정이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절제와 밀도 속에서 이뤄진다”고 했고, 이민호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연출의 출발점인 감독이다. 배우의 색을 잃지 않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치열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제 색깔을 유지한 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짧게 인사를 전했고, 유해진은 “추석 극장가에 오랜만에 한국영화들이 함께 경쟁하게 돼 기쁘다. 그중에서도 ’암살자(들)’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으며 박해일은 “추석 극장가에서 다른 한국영화들과 함께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23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