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밥’ 정진영 “숏폼, 작은 환기창으로 세상 바라볼 뿐…편견 없어” [인터뷰]
입력 2026.09.08 08:25
수정 2026.09.08 08:26
숏드라마 겸 세로형 시네마
26년 함께한 이준익 감독과 새 도전
“극장 개봉, 숏드라마 접근 힘든 시청층도 함께할 수 있어 기뻐”
배우 정진영이 ‘아버지의 집밥’으로 숏드라마에 도전했다. 이준익 감독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쉽게 하지 못했을 시도다. 특유의 막장 서사 대신,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뭉클하게 전하는 이 작품은 정진영의 ‘인생 작품’이 될 만큼 만족스럽기도 했다. 열린 마음으로 도전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였다.
레진스낵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정진영이 하응 역을 맡아 무뚝뚝하지만, 책임감 강한 가장의 모습을 연기했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난 후 극장 개봉까지 확정했지만, 시작은 레진스낵의 숏드라마였다. 극장에서도 세로형 화면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만큼 정진영에게는 ‘낯선’ 포맷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 특유의 따뜻한 감성 포맷과 상관없이 ‘통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아버지의 집밥’ 정진영ⓒ레진스낵
“영화에는 10분~15분 분량의 시퀀스 8개가 담긴다면, 이번엔 2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태생적으로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한 건 아니다. 저도, 스태프들도 이야기가 너무 좋아 저예산 영화로 만들면 좋았겠다는 이야기는 했다. 그런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을 했는데, 관객이 아무도 나가지 않고 끝까지 보며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며 ‘으쌰으쌰’가 됐다.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행복하다. 숏폼 플랫폼은 접근하기 모든 시청층이 접근기 쉬운 플랫폼은 아니지 않나. 나이 드신 분들은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극장을 통해 같이 느낄 수 있어 좋다.”
‘아버지의 집밥’에는 표현이 힘든 아버지, 희생 끝에 반란을 시작한 어머니를 비롯해 내 삶을 감당하기도 힘든 자식들의 이야기까지. 누구에게나 익숙한 보편적인 서사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정진영 역시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또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작품에 깊게 몰입했다. 시청자, 관객 또한 ‘아버지의 집밥’의 공감 가는 서사를 편안하게 즐겨주기를 바랐다.
“일단은 나 자신도 아버지이지 않나. 평생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아버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믿는 아버지가 극 중 하응이다. 아내의 집밥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 아버지가 세상에 많을 것이다. 보시면서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남편에게도 대접을 못 받지만 묵묵히 인내하는 어머니에 대해서도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오밀조밀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는 것 같다. 그게 이 이야기의 장점이다.”
세로형 화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시청자들은 인물의 내면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정진영은 “숏드라마와 영화 연기를 구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응의 감정,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 집중하는 본질에 충실한 방식으로 ‘아버지의 집밥’의 완성도를 채웠다.
“이 포맷은 인물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연기 방법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독특했던 게 스태프들이 멀리 가 있지 않고, 가까이 위치해있다. 그건 좀 다른 경험이었다. 연기를 할 땐 카메라 너머의 관객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카메라 뒤의 스태프들을 먼저 만나며 연기를 하는데, 이번엔 그게 훨씬 가까웠던 셈이다. 가까이서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를 처음 해 본 것은 새로웠다.”
‘아버지의 집밥’ 정진영 스틸ⓒ레진스낵
이준익 감독이 아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이었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평양성’, ‘자산어보’, ‘욘더’에 이르기까지. 이준익 감독과는 26년을 함께한 정진영은 늘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처음엔 ‘달마야 놀자’를 통해 제작자, 배우로 만났다. 감독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답습하지 않는 분이시다. 늘 뭔가를 만들어내시는 분이다. 사람의 이야기, 눈물 나게 하는 이야기를 하시지만, 동일한 걸 반복하진 않는다. 늘 ‘아 이건 대표작인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 작품이 좋다. 끊임없이 변하고, 도전하는 감독님이시다.”
앞으로도 포맷, 장르를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극장의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창의 크기는 달라져도 그가 믿는 가치만 담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솔직한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여긴다”라는 정진영은 이 기준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었다.
“이번 기억이 좋다. 숏폼에 대한 편견을 가지진 않게 됐다. 여러 장르 속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배우다. 숏폼 역시 언젠가는 해야 할지도 모르는 장르라고 생각했었다. 저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커다란 창이라면 숏폼은 더 작은 환기창일 뿐이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이라고 여긴다. 창이 작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다. 포착하는 지점이 달라지겠지만. 장르의 차이를 인정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