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 공효진 “2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 자연스러움 아닐까요”[인터뷰]
입력 2026.09.07 01:13
수정 2026.09.07 01:13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장주의 복잡한 마음 표현
“복수가 또 다른 상처 될 수도”
사람을 죽이러 떠나는 가족여행. ‘경주기행’이 내세운 설정은 극단적이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경주기행’은 8년 전 막내딸 경주를 잃은 엄마 옥실(이정은 분)과 세 딸 장주(공효진 분), 영주(박소담 분), 동주(이연 분)가 출소한 범인 백상현(변요한 분)을 납치해 복수를 위해 경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같은 상처와 목적을 안고 길을 나서지만 네 사람이 복수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같지는 않다.
특히 공효진이 연기한 첫째 딸 장주는 복수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사건으로부터 8년이 흐르는 동안 남편과 딸을 둔 엄마가 된 장주는 옥실의 딸로서 가족의 복수에 동참하면서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또 다른 가족이 있다.
공효진ⓒ롯데엔터테인먼트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공효진은 장주의 복잡한 사정을 일상의 표정과 말투 안에 녹였다. 동시에 이정은, 박소담, 이연과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며 어느 한 사람보다 네 모녀의 관계와 호흡이 중심이 되는 ‘경주기행’의 한 축을 채웠다.
촬영을 마친 뒤 개봉까지 약 2년이 걸렸지만 네 배우의 관계에는 긴 공백이 없었다. 작품 밖에서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온 이들은 개봉을 앞두고 다시 함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네 사람이 나란히 작품을 내놓는다는 사실은 공효진에게도 든든함으로 다가왔다.
“혼자 짊어진 영화보다는 이렇게 같이하는 작품이 아무래도 든든함이 있어요. 서로 책임이 있으니까 기쁨도 몇 배가 되는 것 같고요. 같이 홍보하면서 오는 든든함도 있죠.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냥 당장 행복하면 ‘오늘이 진짜 행복한 날일 수도 있겠다’ 하면서 즐기려고 해요. 저희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었어요. 2년이나 지났나 싶을 정도예요. 다시 만난 게 아니라 그 이후로 쭉 돈독하게 지내고 있었죠. 매일 만나는 건 아니지만 워낙 네 명 다 바쁘니까요. 그래도 계속 서로 뭐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이제 홍보하면서 맨날 같이 다니니까 저는 함께 기쁜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네 모녀가 극의 중심에 서는 ‘경주기행’은 주변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에서도 익숙한 성별 구도를 벗어난다. 공효진 역시 완성된 영화를 다시 보며 촬영 당시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지점을 발견했다.
“이야기 자체가 모녀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새롭게 느낀 건 형사처럼 원래 남성으로 많이 그려졌을 법한 역할까지 여성이 맡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김미조 감독의 전작 ‘갈매기’가 일상의 공간 안에 인물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갔다면, ‘경주기행’은 복수극과 로드무비의 틀 안에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는 순간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공효진에게도 그런 연출의 결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눈에 들어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감독님의 색깔이 확실하게 있었어요. 편집된 장면 중에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있었고요. 글로 읽었을 때보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감독님의 연출적인 색깔이 곳곳에 정말 잘 묻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공효진의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직접적인 회상보다 이미지로 과거를 불러오는 장면이었다. 영화가 가족의 기억을 다루는 방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장면 중 하나가 저희가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예전에 바닷가에 갔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에요. 나뭇가지 같은 그림자가 흔들리는데, 거기에 하와이 느낌의 음악이 살짝 깔려요. 그 그림자가 사실 저희가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뛰어놀던 모습이에요. 원래는 과거 장면이 뒤에 에필로그처럼 있었는데 그걸 직접 보여주지 않고 그 장면에 녹인 거죠. 알고 보면 굉장히 아름답고 애절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 감독님에게 확실한 자기 색이 있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복수에 나선 네 모녀가 영화의 출발점부터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전제할 수는 없다. 사건이 벌어진 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가족이 경주의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견뎌왔는지는 영화 밖에 비어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는 현실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족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이 일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눴을까, 포기했던 시기도 있었을까, 엄마는 언제부터 저 상태였을까, 딸들은 엄마를 어떻게 대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저는 집안에 그렇게 큰 상처가 있으면 오히려 그 이야기가 약간의 금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 같이 슬퍼지니까 가급적 이야기하지 않거나, 이야기가 나와도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거죠. 가족 모두가 한꺼번에 겪은 트라우마라면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다가 출소할 때가 됐고 엄마가 본격적으로 ‘얘들아, 가자’고 했을 때도 ‘엄마, 진짜 하게?’라는 이야기를 그동안 많이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공효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 빈 시간을 채우는 방식에 따라 네 모녀가 경주로 향하는 첫 장면의 온도도 달라질 수 있었다. 살인을 계획한 사람들의 출발치고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풍경은 장주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
“저도 여러 가지 경우를 상상했어요. 매일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말리다가 결국 안 돼서 출발한 건지, 아니면 정말 금기처럼 묻어뒀다가 갑자기 출발하게 된 건지요. 죽이러 가는 여행인데 어떻게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출발할 수 있을까도 많이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그 시작을 조금 아사무사하게 가자고 하셨고, 그래서 뒤에서 졸기도 하면서 출발하게 됐죠. 저는 장주가 내심 이 일이 실패했으면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정말 우리 손에, 엄마 손에 피를 묻히면 더 큰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복수가 과연 아픔을 없애주는 일이 될지, 오히려 내 마음에 또 다른 칼을 꽂는 일이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자매 가운데 장주에게는 딸과 언니라는 위치 외에 하나의 역할이 더 있다. 결혼해 남편과 딸을 둔 그는 옥실의 딸인 동시에 또 다른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다.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서 이 두 위치는 점점 충돌하기 시작한다.
“장주는 다른 인물들보다 조금 더 명확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장주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있잖아요. 엄마가 남편과 아이를 잃었다면, 장주는 지금 남편과 딸이 있는 사람이 됐고요. 동생을 잃었을 때는 없었던 가정이 생기면서 생각도 달라졌을 거라고 봤어요. 감독님이 장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주신 디렉션이 하나 있었어요. ‘장주는 자매들 사이드가 아니라 엄마 사이드였으면 좋겠다’고요. 엄마가 이 일을 끌고 가는 데 힘을 보태는 사람이죠. 동생들이 뭐라고 해도 ‘엄마가 하자잖아’ 하면서 끌고 가는, 엄마의 오른팔 같은 사람이었어요. 엄마가 하고 싶은 걸 해주고 싶고, 엄마의 원을 풀어주고 싶은 사람이었던 거죠. 그러다가 장주가 각성하게 돼요. ‘나도 엄마고 내 딸도 있는데, 내가 문제가 생기면 이 아이는 어떻게 하지? 남편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엄마의 딸로 쭉 오다가 그때부터 ‘나도 엄마’라는 위치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 일을 그르쳐야 하는 이유도 그때부터 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 갈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장주가 옥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이다. 영화 안에서도 장주의 감정이 크게 표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인 만큼 공효진에게는 촬영 과정부터 부담이 적지 않은 신이었다.
“그 장면은 한두 테이크 정도 갔던 것 같아요. 촬영 순서상 거의 마지막쯤 찍었던 것 같고요. 저도 엄마도 감정신이다 보니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꽤 부담이 됐어요. 저는 순간적인 집중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엄마가 내가 연기할 수 있게 감정을 잘 주시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정말 많이 주셨어요. 다만 장주가 날을 세워서 ‘엄마도 똑같구나’라고 할지, 아니면 감정적으로 호소할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결국 제가 이 대사를 할 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요. 그런데 배우는 모든 연기에 조금씩 아쉬움이 있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주의 또 다른 얼굴은 남편과 딸이 등장할 때 드러난다. 네 모녀 안에서는 맏딸이지만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면 그는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다. 짧은 장면들만으로도 장주가 지키려는 세계의 범위가 넓어진다.
“남편이 등장하는 몇 장면만 봐도 부부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나도 같이 가’라고 하니까 ‘미쳤냐’면서 때리기도 하잖아요.(웃음) ‘우리는 어떻게 돼도 되지만 너희는 안 돼. 너희라도 살아야 해’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내가 갔다 올게’라고 하는 것도 사실 터무니없는 이야기잖아요. ‘내가 사람을 죽이고 올 건데 모르는 척해줘’라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 안에는 ‘내가 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 제발 당신은 빠져 있어’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아요.”
‘경주기행’의 독특한 지점 중 하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좇으면서도 곳곳에서 웃음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복수라는 무거운 소재와 생활감 있는 유머가 맞붙는 만큼 자칫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톤이었다.
“저희는 대놓고 ‘우리 코미디예요’라고 하지는 않으려고 많이 피했어요. 그냥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했죠. 엄마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저와 영주가 반응하는 장면도 실제라면 정말 저렇게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잖아요. 저도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이 정도면 짠하겠다’ 싶으면 갑자기 웃기고, 또 웃다가 다른 감정으로 넘어가더라고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배우들이 끌고 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저희 모두 ‘진짜 복수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은 갖고 있어야 이 영화가 재미있고 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굉장히 웃긴 분이에요. 영화 곳곳에 있는 웃긴 부분들이 감독님에게서 나온 것 같아요. 정말 영화 같은 사람이에요. 힘도 넘치고 열정도 넘치고요.”
이 같은 영화의 온도는 김미조 감독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공효진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감독의 유머 감각을 작품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 중 하나로 꼽았다.
“저는 유머러스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코미디 장르가 아니더라도 글 안에 유머러스함이 있어야 사람들이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제목에 도시의 이름을 내건 만큼 경주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촬영 역시 실제 경주 곳곳에서 진행됐고, 익숙한 관광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풍경들이 화면 안에 담겼다.
“저는 어렸을 때 가본 이후로 경주에 간 게 처음이었어요. 이 영화의 매력을 꼽으라면 그중 하나가 경주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경주가 이렇게 특별한 그림이 있는 곳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경주는 조금만 둘러봐도 무덤들이 있고, 앉아서 이야기하다 보면 저기에도 무덤이 있고 여기에도 무덤이 있잖아요. 정말 신기한 곳이에요. 그런 그림 자체가 새로웠고, 우리 영화가 그 경주를 특별하게 담았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푸릇푸릇한 경주를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또 죽은 동생의 이름이 경주잖아요. 경주가 수학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일을 당했고요. 사람을 잃으면 그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오잖아요. 그런데 어디를 가도 ‘경주’, ‘경주시’라는 이름이 보이는 거죠. 그런 설정 자체가 관객들이 영화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해요.”
1999년 데뷔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의 중심을 지켜온 공효진은 이제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넘어 작품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한 인물의 매력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것만큼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균형, 이야기의 흐름과 완성도까지 고민해야 하는 역할이다. 오랜 시간 주연 배우로 작품을 책임져온 만큼 연기를 대하는 기준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작품을 할 때 사람들이 제 캐릭터를 이해하고 응원해주고, ‘내가 한 연기가 맞다’고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극 전체의 흐름 안에서 내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부각해야 이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질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제 연기를 보고 ‘뭔가 수상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궁금증 때문에 다음을 계속 볼 수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캐릭터입니다’라고 정확하게 정답을 내리는 것보다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데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거죠. 그럴 때 제가 조금 배우다운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캐릭터만 우겨 넣고 싶고, 나만 응원받고 싶은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어요. 이제는 내 캐릭터만 잘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극 전체를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공효진의 연기에는 관객을 인물의 감정 가까이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평범한 대사도 자신의 말처럼 들리게 하고, 웃다가도 어느 순간 그가 울음을 터뜨리면 보는 사람까지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따라가게 만든다. 감정을 크게 밀어붙이기보다 인물이 실제 그 순간을 살아가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오랫동안 공효진의 강점으로 꼽혀온 이유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설득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배우 생활의 시작과 성장 과정에서 되짚었다.
“저도 늘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남았을까’ 생각해요.(웃음) 내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내가 어떤 지점에서 이 작품에 설득되는 걸까 생각도 많이 하고요. 제 연기의 설득력이 뭔지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딕션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처음부터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정말 엄격해서 저를 얼어붙게 만드는 감독님을 만난 적이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카메라 앞에서도 유연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잘 끌어내주신 감독님들을 만난 게 특별한 행운이었죠. 그 시작에 김태용 감독님이 있었어요. 저를 저 자체로 봐주시고 장점으로 만들어주신 감독님들을 초반에 만났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두려움이나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비교적 덜 느끼면서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표현하는 걸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도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부모님도 저를 굉장히 자유롭게 키우셨어요. 장녀라고 해서 책임감을 많이 주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편이었어요. 잔소리나 규제가 많은 환경도 아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도 제가 대사를 편하게 하고 표현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공효진은 ‘경주기행’을 아직 만나지 않은 관객들에게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여러 장르와 감정이 뒤섞인 영화인 만큼, 그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를 직접 극장에서 발견해주길 바랐다.
“영화가 온탕과 냉탕을 계속 오가는 점이 매력이에요. 정말 눈물 없이 보기 어려운 장면이 있는가 하면 웃음을 참기 힘든 장면도 있어요. ‘조금만 더 울게 놔두지’ 싶은데 또 웃기고요.(웃음) 그런 단짠의 맛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 누구나 극단적인 사건을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도는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 같아요. ‘경주기행’은 그런 상상을 현실적으로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정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떡하지, 큰일 났다’ 하는 쫄깃함을 따라가는 매력도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