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삼성 빠진 메세, 더 커진 中 존재감…샤오미는 AI홈까지
입력 2026.09.05 10:00
수정 2026.09.05 10:00
샤오미 첫 IFA서 'Human × Car × Home' 전면에
LG는 '연결 이후' 공략…中 추격, AI홈 생태계로 확대
IFA 2026에 참가한 샤오미 부스. 샤오미 홈캠이 이용자의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매트리스를 올리고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등 '스마트 침실'을 구현했다ⓒ임채현 기자
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대형 부스를 꾸리며 한국 가전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메세 베를린의 풍경이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주력 전시 공간을 전시장 밖 훔볼트 카레로 옮긴 사이 메세 베를린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그중 눈에 띈 곳이 올해 처음 IFA에 참가한 샤오미다. 냉장고와 세탁기부터 스마트폰, 웨어러블, TV, 전기차까지 방대한 제품군을 전시장에 펼쳐놓았지만, 샤오미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개별 제품보다 이들을 하나로 잇는 'AI홈'이었다.
샤오미는 이번 전시의 핵심 전략으로 'Human × Car × Home'을 내걸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사람(Human), 냉장고·세탁기·TV 등이 놓인 집(Home), 전기차로 대표되는 이동(Car)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IFA 2026에 참가한 샤오미 부스. ⓒ임채현 기자
이를 구현하는 기반으로 자체 AI 모델 'Xiaomi MiMo'와 운영체제 HyperOS, XRING 자체 칩셋을 제시했다. 샤오미는 AI와 OS, 칩셋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스마트폰에서 가전, 자동차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의 폭도 상당하다. 샤오미의 스마트홈 브랜드 미지아(Mijia)는 현재 130개가 넘는 제품 카테고리에서 2000종 이상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로봇청소기는 물론 TV와 카메라, 스마트 도어록 등도 Xiaomi Home 앱과 AI 시스템을 중심으로 연결한다.
샤오미 미지아 제품 전시 전경.ⓒ샤오미
부스 역시 제품 하나하나의 사양보다 여러 기기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사용자가 집에 들어오면 TV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플로어 램프가 켜지고 커튼이 닫힌다. 스토브를 켜면 레인지후드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영화 모드'를 실행하면 조명과 TV가 동시에 바뀐다.
밤에 사용자가 책을 집어 들면 AI가 독서 상황을 파악해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하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켜며 커튼을 닫는 시나리오도 선보였다. 샤오미는 기기를 많이 연결하는 것 자체보다 AI가 여러 기기와 공간 사이를 이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 단계를 줄이는 것을 AI홈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생태계는 집 밖으로도 이어진다. 샤오미는 이번 IFA에 전기차 SU7 Max와 미래형 콘셉트카 'Xiaomi Vision Gran Turismo'도 함께 전시했다. 차량 안에서도 음성비서 XiaoAI를 통해 각종 기능을 제어하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기기를 연결한다.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샤오미의 생태계가 가전과 자동차까지 넓어진 것이다.
샤오미의 전시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 영역이 가격과 제품 종류를 넘어 AI홈 생태계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일찌감치 공들여온 미래 경쟁 영역으로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4일(현지시간) IFA 2026에 참가한 LG전자가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를 공개했다. 노범준 HS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 상무가 씽큐 클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물론 국내 기업의 행보도 빠르다. LG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연결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IFA에서 공개한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ThinQ Claw)'는 새로운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씽큐 온(ThinQ ON)이 구축한 가전·공간·서비스 생태계를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실행하는 기술이다.
노범준 LG전자 HS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 상무는 이를 "연결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을 활용하는 방식의 진화"로 설명했다. 이용자의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고 필요한 기기와 서비스를 조합한 뒤 실행 계획을 세워 제안·승인·실행까지 이어가는 구조다. LG전자는 이를 기존의 '정적인 연결'에서 '맥락에 따라 작동하는 연결'로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이용자가 메신저에서 "나 이제 들어가"라고 말하면 현재 위치와 이동 시간, 평소 선호를 토대로 도착 시점을 판단하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을 미리 작동시킬지 제안한다. 자녀의 방학 일정 한 줄도 단순 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낮 시간 냉방·제습과 청소 시간, 냉수·얼음 사용 증가 등 집 전체의 생활 변화로 해석한다.
집 안에서 음성으로만 AI홈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 밖에서는 채팅으로 경험을 이어간다. 사진이나 링크, 긴 설명을 공유하고 복합적인 요청을 대화로 주고받은 뒤 실행 여부까지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집 안의 음성과 집 밖의 채팅을 별개의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AI홈 경험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가 지향하는 방향은 '설정해야 하는 집'에서 '이해하고 움직이는 집'으로의 전환이다. 사용자가 일일이 루틴을 설정하고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다시 조정하는 대신, AI가 생활 맥락을 읽고 필요한 기기와 서비스를 먼저 조합해 제안하는 방식이다.
샤오미가 방대한 제품군을 앞세워 연결할 수 있는 생태계의 폭을 빠르게 넓힌다면, LG전자는 이미 연결된 가전과 공간을 사용자의 맥락에 맞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출발점과 방식은 다르지만 두 회사가 그리는 AI홈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같다. 사람이 일일이 가전을 조작하는 대신 AI가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묶어 먼저 움직이는 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가전 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AI홈으로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기업마다 다른데 어떤 방식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