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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美 동맹' 본격화…車강판 공급망 미국으로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9.04 14:57
수정 2026.09.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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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서 58억달러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

美 50% 철강 관세에 車강판 공급망 재편

한국산 수출 의존 낮추고 현지 조달 확대

포스코·현대제철 美서 동맹…현대차·기아도 지분 투자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모형 사진.ⓒ현대제철

미국의 50% 철강 관세가 촉발한 현대제철·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동맹’이 마침내 첫 삽을 뜬다. 투자 계획과 지분 참여에 머물렀던 협력이 실제 공장 건설로 넘어가면서다. 완성차에 이어 핵심 소재인 자동차강판까지 현대차그룹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4일 산업통상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포스코, 현대차·기아가 공동 투자하는 '현대-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가 이날(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기공식을 갖는다.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제철소는 연산 270만톤(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기공식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의 북미 철강 동맹이 실제 생산기지 구축 단계에 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대응해 한국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존 공급망의 의존도를 낮추고, 완성차 생산지 인근에서 강판까지 직접 생산하는 현지 조달 체제를 갖추는 작업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거점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강판이 공급돼왔다. 하지만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미국의 철강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수요처가 있는 미국에서 직접 자동차강판을 생산해 공급하는 현지화 전략이 본격화한 것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동차강판 공급망은 한국산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 물량의 80%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국내 자동차강판 시장의 경쟁사인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이례적인 동맹도 이번 착공을 계기로 본격화된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는 자동차강판 시장을 놓고 경쟁해왔지만, 미국에서는 관세 장벽을 넘고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손을 잡았다.


양사의 협력은 지난해 4월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철강 및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면서 구체화됐다. 이후 포스코는 같은 해 12월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20%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투자 계획에 머물렀던 양사의 협력은 이날 제철소 착공을 시작으로 실제 생산거점 구축 단계에 들어간다. 합작법인 지분은 현대제철 미국법인이 50%,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이 각각 15%를 보유한다. 국내 철강 1·2위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서 하나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현대차와 기아가 합쳐 30%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것도 이번 동맹의 특징이다.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강판을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시설에 직접 투자하면서 철강 생산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이어지는 북미 현지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다.


제철소는 연간 270만t 규모의 철강재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강판 생산 규모는 약 180만t으로 계획돼 있다. 생산된 자동차강판은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거점 등에 공급하고, 현대차·기아 이외 북미 완성차 업체로도 고객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90만t은 일반강 등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은 물류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HPLS는 미시시피강과 인접한 약 1822에이커 부지에 들어서며 심해항과 철도, 고속도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합작사는 이를 통해 원료 반입과 북미 지역 철강재 공급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생산방식도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는 전기로가 적용되며 직접환원철(DRI)과 철스크랩 등을 활용한 저탄소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고로 방식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낮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저탄소 철강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이번 착공을 개별 기업의 해외투자를 넘어 한미 공급망 협력의 주요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김정관 장관의 미국 출장 일정을 발표하면서 김 장관이 4일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리는 HPLS 기공식에 참석한다고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지난 1일부터 노스캐롤라이나와 워싱턴DC, 루이지애나를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


산업부는 루이지애나 제철소를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총 26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계획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면서 "북미지역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기공식에 앞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만나 에너지 분야 등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공급망 재편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3년의 공백이 남아 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의 상업생산 목표 시점은 2029년 1분기다. 현행 관세 체제가 유지될 경우 그때까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강판에는 50%의 철강 관세가 적용된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 장벽을 넘기 전까지는 고율 관세를 감수하며 기존 공급망을 병행해야 하는 셈이다.


현지 인허가 절차도 남아 있다. 루이지애나 환경당국은 지난 1일 제철소의 대기 관련 허가를 놓고 주민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가 환경 영향을 문제 삼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프로젝트 건설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50% 철강 관세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 확대가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국내 철강업계가 북미 공급망을 현지 생산 중심으로 재편하는 상징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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