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준비된 KT는 선두 복귀…디테일 부족한 한화는 9연패
입력 2026.09.04 07:39
수정 2026.09.04 07:40
고영표 무너져도 오원석이 버틴 KT, 짜릿한 역전승
한화는 불펜 총동원하고도 역전패, 최근 1승 15패
선발이 무너진 KT는 곧바로 오원석을 올리는 플랜B를 선보였다. ⓒ KT 위즈
1위 자리를 되찾은 KT 위즈와 9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 이글스가 허리 힘의 차이를 보이며 명암이 엇갈렸다.
KT는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초반 4점 차 열세를 뒤집고 13-11 역전승을 거뒀다. 주중 3연전을 싹쓸이한 KT는 시즌 69승 3무 43패를 기록, 삼성을 제치고 하루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한화는 최근 16경기 1승 15패 및 9연패 수렁에 빠지며 9위(49승 3무 65패)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는 양 팀 선발이 약속이라도 하듯 일찍 무너지며 시작됐다. KT 고영표가 1회에만 5점을 내주며 3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고, 한화 역시 부상에서 복귀한 왕옌청이 고작 3.1이닝만 던지며 6실점한 뒤 무너졌다. 이후 두 팀은 계산에 없던 '불펜 총력전'에 돌입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를 내리자 최근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오원석을 4회 두 번째 투수로 올려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오원석은 3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구원승(시즌 6승)까지 챙겼다. 선발이 무너져도 마운드를 받쳐줄 확실한 플랜 B가 마련된 KT였다.
반면 한화 불펜의 대응은 아슬아슬했다. 한화 벤치는 박상원, 김서현, 조동욱, 장유호, 강재민 등을 줄줄이 투입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릴리프' 쪼개기 카드로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서현과 장유호가 나란히 2실점씩 내주며 무너졌고, 주자만 나가면 제구가 흔들리며 자멸했다. 위기 상황을 원천 차단하는 유기적인 불펜 운용이 한화에 부족했다.
타선이 기회를 요리하는 방식에서도 상, 하위팀의 차이가 뚜렷했다. 이날 한화는 14안타 5볼넷으로 11점을 냈고, KT는 12안타 10볼넷으로 13점을 뽑았다. 안타 수는 한화가 많았지만, 기회의 질과 효율성에서 KT가 한참 앞섰다.
한화가 경기 초반 장단 안타와 김태연의 3점포로 '한 방'에 의존해 득점했다면, KT는 상대를 압박하며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집요함을 보여줬다. 1회말 안현민의 추격 3점 홈런도 앞선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진 찬스였고, 4회말 추격 과정에서도 상대의 사사구를 유도해 밀어내기로 점수를 쥐어짰다.
특히 8회말에는 상대 실책, 적시타, 보크, 희생플라이를 묶어 안타 단 하나에 3점을 더하는 효율을 선보였다. 상대의 작은 허점 하나조차 지독하게 파고들어 빅이닝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야 말로 KT가 왜 선두 싸움을 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디테일이 부족했던 한화는 9연패에 빠졌다. ⓒ 한화 이글스
경기 후반 양상 역시 두 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9회초 13-8로 앞선 상황에서 KT 마무리 박영현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대타 박정현에게 3점 홈런을 맞아 2점 차까지 쫓기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잠시 수원 구장이 정적에 휩싸였지만, 박영현은 후속 타자들을 차분히 범타 처리하며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반면 한화는 9회 상대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도 역전까지 판을 뒤집는 한 끗을 채우지 못했다. 한화의 9연패는 단순한 운의 부재가 아닌, 마운드 수싸움에서의 미숙함과 승부처에서의 디테일 부족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다.
팀이 소위 잘 나갈 때 한 경기를 잡는 것은 어느 팀이나 할 수 있다. 진정으로 강한 팀은 경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을 때 드러난다. 이날 수원에서 KT와 한화가 보여준 모습이 그러했다.
선발이 무너진 것은 같았지만, 그 이후가 달랐다. KT는 무너진 선발을 타선과 불펜이 메웠고, 한화는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불펜에서 놓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