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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포용’, 현실은 ‘은행 부담’…소상공인 SCB ‘시험대’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9.04 07:07
수정 2026.09.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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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대안 데이터 활용 방안 도입

취약차주 자금조달 숨통 기대

은행권 건전성 훼손 우려 교차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앞으로 신용점수가 낮아도,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받기가 한층 더 수월해진다.


정부가 포용금융 일환으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금융 거래 중심의 신용평가에서 벗어나 매출·상권·사업 지속성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평가한다는 건데, 은행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은행 8곳이 SCB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SCB는 기존 금융 거래 이력 중심의 신용평가에서 벗어나 매출과 업종, 상권, 사업 지속성과 업력, 근로자 수, 고객 인지도와 수요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사들은 이를 통해 도출한 ‘성장신용등급’을 적용해 대출 승인이나 한도 확대, 금리 인하 혜택 등을 제공하게 된다.


당초 7개 은행, 1조8000억원 규모로 계획된 시범운영은 16개 은행, 2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현재 시범운영에 들어간 곳은 각각 KB국민·IBK기업·NH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은행 등 8곳이다.


나머지 경남·광주·수협·iM·전북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8곳은 하반기 중 순차적으로 대출 심사에 SCB를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과 2027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 평가 등 정책금융 전반에 SCB를 폭넓게 활용한단 방침이다.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 여력은 숨통을 트겠지만, 은행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SCB가 활용하는 대안 데이터의 신뢰성과 위기 예측성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상권, 매출 데이터를 토대로 대출을 내주는 만큼 향후 부실을 방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단 설명이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이 저하된 현재 경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SCB를 통해 표면적인 신용등급만 끌어올린 취약차주의 대출이 늘면 은행의 부실채권(NPL)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막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으로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의 용도를 명확하게 통제하기 어렵단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법인 기업과 달리 개인사업자는 사업장 자금과 대표자 자금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


대출금이 본래 목적인 사업장 운영이 아닌 다중채무 상환이나 개인 생활 자금으로 유용될 경우, 은행이 이를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수단이 마땅찮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들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평가도 있다.


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으나, SCB에 따른 대출 한도 및 금리 우대 여부는 차주의 리스크 수준과 여신 전략 등에 따라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다.


은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담보 수준이 제각각일 수 있단 점이다.


은행권에선 대출 총량 관리만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과제인 만큼 SCB를 도입하더라도 섣불리 대출 빗장을 풀기는 어려울 거라고 내다본다.


금융당국은 1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현장의 반응과 문제점들을 분석해 제도를 보완한단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중은행은 건전성에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SCB 도입으로 단기간에 악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SCB를 도입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담보나 대표자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하며 대출을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면 새로운 사업자 대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를 보완할 게 아니라 SCB를 통한 소상공인 대출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원칙적으로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사후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춰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지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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