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손 내밀었는데 金은 칼 겨눴다…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끝내 무산되나
입력 2026.09.03 07:00
수정 2026.09.03 07:00
김용남 인선에 민주당·혁신당 신경전
조국, 연일 정부·민주당 정책 노선 비판
與 내부서 불편한 기류 감지…"배은망덕"
"양당 경계심 상당…합당 어려울 듯"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접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왼쪽도 품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이해민 혁신당 의원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했지만,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혁신당 지도부는 당직 인선과 통합 방식 등을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까지 민주당의 사법·조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양당의 통합 논의가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대표는 취임 이후 진보개혁을 넘어 중도·보수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혁신당과 거리를 좁히기보다 오히려 신경전을 키우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용남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의 정책위 상임부의장 임명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김 전 의원을 정책위 상임부의장에 임명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6월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조국 원장,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등과 경쟁했다. 당시 혁신당은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서 유의동 의원에게 의석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혁신당 내부에서는 김 전 의원의 중용을 곱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의 인선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평택을에서 조 원장과의 재대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김 전 의원 인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신장식 대표는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이 진심을 가지고 연대와 통합을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합공세'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를 향해 "대통령의 반응에 궤를 함께 해야 되는데 엇박자를 넘어서 어깃장을 놓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혁신당의 불만은 김용남 인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 대표는 이중당적 정리 문제를 두고도 민주당의 접근을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김준형 혁신당 원내대표도 2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이 통합 논의 과정에서 혁신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기구를 만들어놓고 혁신당이 협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레임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여기에 조 원장까지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갈등은 정책 노선으로 번지고 있다. 조 원장은 지난 1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을 겨냥해 "(민주당은) 공소취소가 단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줬고,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대법원의 법리가 다시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 대통령 임기 후 재개될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2일에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까지 비판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데 대해 "이번 '유턴'은 2028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과세의 원칙을 접은 것이다. 세금 부담이 줄어든 비거주 고가 1주택자가 이번 후퇴에 감사하며 민주당과 정부를 지지할 것 같은가"라며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자처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과 정부가 지킨 것은 상위 1%의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뉴시스
조 원장은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압해읍에서 열린 '호남 정치의 미래' 특강 이후 그는 "합당을 논의하려면 신뢰가 필요한데 그 신뢰가 아직 형성된 것 같지 않다. 지금은 첫 번째 단추가 깨져 있다"라며 "합당 논의를 하려면 양쪽 주체가 만나는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자체가 지금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 원장의 잇단 발언은 단순한 정책적 이견을 넘어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법개혁뿐 아니라 부동산·조세 정책까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정책 노선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 원장은 이날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쓴소리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 잘하십니다'라고 하는 건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망치는 것이라고 본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조 원장의 발언을 두고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용남 인선에 불만을 드러낸 신 대표를 향해서는 "다른 당이 민주당의 당직 인선까지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양당의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연대에 꼭 합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동지의 언어일 수 없다"며 "무엇이 그리 맺혔는가. 배은망덕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조 원장은 같이 윤석열 검찰정권에서 사선을 넘은 중요한 동지이지만, 혁신당과 연대·합당 논의가 있는 가운데 동지적 결합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서 조 원장 발언에 대해 매우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양당 관계가 합당을 위한 협상보다는 서로의 정치적 주도권을 확인하는 단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범진보 진영을 폭넓게 끌어안으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김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혁신당은 이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합당이 무산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합당보다는 사안별 연대나 선거 연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 원장의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조 원장이 민주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계속 내면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과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과 혁신당이 합당하면 조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될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민주당과 다른 지점을 계속 부각하면 향후 정치 복귀를 위한 명분과 지지층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사법·조세 정책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민주당과 같은 편이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정쟁적 공격은 양당에 도움되지 않는다. 앞으로 (합당 등 통합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하고 대화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