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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예산안] 820조 예산에 소상공인 지원 ‘두둑’…형평성·재정건전성은 과제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9.01 12:22
수정 2026.09.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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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창업안심보험 신설…폐업부터 재기까지 지원

반복되는 직접지원…성실상환자 역차별·도덕적 해이 우려

통화는 긴축·재정은 확장…중장기 지속가능성 시험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7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내년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덜고 폐업 이후 재기를 돕는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와 내수 부진으로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의 생계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폐업부터 재창업까지 자영업자의 생애주기 전반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일 기획예산처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820조원대로 편성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처음 700조원대 본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1년 만에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 증가한다. 추경을 제외한 본예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현 정부 5년간 예상되는 총지출 증가액은 347조9000억원으로,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13년 동안 늘어난 규모와 맞먹는다.


이번 예산안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다.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25조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도 170조원대의 추가 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중점 투자 과제 가운데 하나로 ‘소상공인·농어민·중·저신용자 민생안정’을 제시했다. 성장의 과실을 취약계층까지 확산해 이른바 ‘K자형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소상공인 지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채 경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장기간 연체된 채무를 탕감하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출로 영업을 버틴 뒤 경기 회복 이후에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취약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미래 성장엔진 확충의 하나로 ‘모두의 창업’ 선발 인원과 사업화 자금을 확대하고, 재기 성공사례 확산을 위해 성실 실패자를 대상으로 바우처와 컨설팅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청년층의 창업과 재기 지원에 힘을 싣는다. 정부는 휴·폐업 시 재기를 돕는 ‘창업안심보험’을 신설해 청년층의 보험료를 지원한다. 창업 이후 휴업이나 폐업에 이르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재기 안전망을 마련하고, 청년 창업자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고용보험 미적용자를 대상으로 육아수당을 신설해 육아 지원 사각지대를 보완한다. 현재 운영 중인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의 경우 1인 사업자와 일부 특수고용·프리랜서 등이 포함돼 있어 새 육아수당에 자영업자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부가 부채 경감과 폐업·재기 지원을 강화한 것은 자영업자의 누적된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외식업계는 코로나19 당시 늘어난 대출에 인건비·임대료·식재료비 부담까지 겹친 상태다. 폐업 과정에서도 철거비와 대출 상환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예산안의 소상공인·창업 지원은 채무 경감과 재기 안전망 등 당장의 부담을 낮추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연체 채무 탕감·조정을 비롯해 사업화자금 확대, 창업안심보험 신설과 청년층 보험료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 빚 탕감부터 보험료 지원까지…형평성 논란 불가피


문제는 채무 경감과 같은 직접지원이 반복될 경우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상환 능력이 떨어진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향후에도 지원을 기대해 상환을 미루는 유인을 만들 수 있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대출 만기연장과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여러 차례 연장했고, 2022년에는 ‘새출발기금’을 도입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당시에도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등이 문제가 됐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채무 탕감은 장기적으로 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채무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 원금을 직접 탕감하기보다는 이자 부담을 낮추거나 상환기간을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보험료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근거가 충분한지도 쟁점이될 전망이다. 폐업 위험이 청년 창업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중장년층과의 형평성과 청년층을 별도로 지원하는 정책적 근거, 실제 재기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 육아수당의 지원 대상에 자영업자가 포함될 경우에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온 근로자와 달리 별도의 기여 없이 일반 재정으로 지원받는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개인사업자 까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쟁이 예상된다.


2027년 예산안ⓒ기획예산처

◇ 세수 호황 믿고 지출 확대…“2~3년 뒤 재정도 봐야”


통화·재정정책 간 엇박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800조원대로 늘렸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 긴축과 경기·민생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이 같은 논란에 청와대는 두 정책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내외 리스크와 물가 관리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고금리로 타격을 입은 부문을 보듬고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선별적·적극적 재정정책은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은 수요를 억제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반면,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 부양을 통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재정의 지출 방식에 따라 통화 긴축의 물가 안정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공개될 세부 예산안에서 소상공인 직접지원에 실제 얼마의 재원이 투입되는지와 함께 일회성 부담 완화를 넘어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정책 실효성을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반도체 호조 등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지출을 크게 늘릴 경우, 향후 세수가 줄어드는 국면에서도 이미 도입한 지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국채 발행이나 증세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강 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 당장 올해와 내년까지는 재정 여력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세수 증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한 번 늘린 복지·지원 지출은 정치적으로 다시 줄이기 쉽지 않은 만큼, 향후 경기가 둔화해 세수가 줄어들면 결국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수가 많이 걷힐 때 들어오는 돈을 모두 지출하기보다는 일부는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활용해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내년 한 해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현재 늘린 지출을 2~3년 뒤에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세입 기반이 있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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