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9 자주포 스페인 수출…서유럽 시장 첫 진입
입력 2026.08.31 13:57
수정 2026.08.31 13:59
계약 규모 최소 6675억원 추산…인드라와 실행계약 체결
7조원대 포병 현대화 사업 참여…현지 생산체계 구축 추진
美 차륜형 시제품 이어 연속 성과…K9 수출시장 외연 확대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앞세워 스페인 시장에 진출한다. 북유럽과 동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돼온 K9이 서유럽 국가에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미국 육군의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계약을 확정하면서 K9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1일 스페인 방산업체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등에 대한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과 계약 체결 사실 외에 물량과 금액, 계약기간 등은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계약 체결 후 계약금액의 20%를 1차 선급금으로 받고 연내 추가로 5%를 받는 조건이다.
공시 기준을 토대로 보면 계약 규모는 최소 667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단일판매·공급계약 규모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2.5% 이상이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에 이를 적용하면 이번 계약은 해당 금액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스페인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포병 전력 현대화와 맞물려 있다. 현지 군사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관련 사업에는 최대 45억 유로가 투입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궤도형 자주포 128문과 차륜형 자주포 86문을 비롯해 탄약보급차량 214대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드라는 앞서 지난 3월 스페인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사는 K9을 기반으로 스페인 현지 생산 역량을 결합하는 사업 방식을 준비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플랫폼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인드라는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해 차체와 제어·통신 체계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인드라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방산·정보기술 기업으로 지휘통제(C2)와 통신, 상황인식 등 각종 임무체계 분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140여개국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협력이 스페인 이외 시장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으로 K9의 유럽 내 공급지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K9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으로 수출됐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과 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 북유럽이 주요 시장이었다. 스페인 계약을 계기로 서유럽에서도 첫 운용국을 확보하게 됐다.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포병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K9에는 기회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대화력전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노후 자주포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이 자국 방산업체의 사업 참여와 역내 생산을 중시하고 있어 현지 기업과 생산·기술 협력 체계를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수주 경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미국에서도 K9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19일 미국 육군과 신형 기동 전술포(MTC) 사업을 위한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궤도형 K9에서 차륜형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동시에 미국과 서유럽이라는 주요 방산시장에 잇따라 진입한 셈이다.
K9의 추가 수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등이 차기 사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기존 도입국의 추가 구매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다수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는 K9의 공급·정비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 공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