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9 넘어 美 지상차량 판 키우는 한화…전담 사업부 구축 [자주포 그 다음㊥]
입력 2026.08.30 06:00
수정 2026.08.30 09:30
채용공고엔 'K9' 대신 반복된 문구…'미 육군 지상차량'
사격통제부터 방탄설계까지…美 현지 개발조직 '풀세트'
기술교범도 美 정부 수락까지…운용지원 체계 현지화
한화의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레드백(Redback).ⓒ한화디펜스USA
한화디펜스USA가 헌츠빌에서 내놓은 지상차량 관련 채용공고에는 특정 K9 프로그램명을 명시하지 않은 채 '미 육군 지상차량 프로그램(an Army ground vehicle program)'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유는 조직 구성에서 드러난다. 한화가 현지에 구축하는 것은 K9 단일 사업팀이 아니라 복수의 지상차량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지상차량사업부(Ground Vehicles Division)'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해 10월 미 육군협회(AUSA) 연례행사 참가를 계기로 낸 공식 자료에서 이번 참가가 "미국 지상전투차량 시장 진입(entry into the U.S. ground combat vehicle market)"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K9을 넘어 미국 지상전투차량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다.
흩어진 공고, 하나로 모이는 조직도
30일 관련 업계와 현지 자료 등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헌츠빌에서 '지상차량사업부'의 프로그램관리조직(PMO)을 새로 구축하고 있다. PMO 리드 공고는 이 조직을 '처음부터(from the ground up)' 세우는 역할을 명시했다. 프로젝트 컨트롤러·스케줄러·PMO 분석가 등을 이끌며, 이들이 '복수의 프로그램(multiple programs)'을 지원하고 통합일정관리(IMS)를 '모든 지상차량 프로그램(across all ground vehicle programs)'에 걸쳐 개발·유지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와 주계약업체, 파트너사와 직접 소통하며 신규 사업 제안(proposal development)도 지원한다. 공고에는 이 사업부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rapidly growing division)'으로 표현했다.
이런 방향성은 다른 직군에서도 확인된다. 재무·원가보고 담당자(Finance/CSDR Lead) 채용공고는 원가보고 체계를 "향후 한화디펜스USA의 사업들(future Hanwha Defense USA programs)"에 반복 적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향후 지상차량 관련 신규사업의 제안가격·원가모델까지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실무 일정관리를 담당할 스케줄러(Scheduler) 역시 신규사업 기획(new business planning)을 지원 업무로 들고 있어, 사업부가 현재 사업 하나가 아니라 향후 확장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직군에서 겹친다.
함께 채용 중인 전문직군을 보면 조직의 성격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사격통제 리드(Fire Control Lead)' 공고는 포탑을 조준하고 탄도를 계산해 사격을 통제하는 시스템 전반을 총괄할 기술책임자를 모집하고 있다. 검증 단계도 실험실 시험에서 시스템통합시험(SIL/HIL), 실제 차량 통합, 실사격(live-fire) 평가까지 이어지며, 정부 기술회의에도 직접 참여한다.
'구조·생존성 엔지니어(Structure/Survivability Engineer)'는 총알과 폭발, 지뢰 등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차체 설계와 시험을 담당한다. 차량의 각종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통합시험 인력도 별도로 확보하고 있다.
한화의 다목적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Tigon) 6×6.ⓒ한화디펜스USA
매뉴얼까지 美 현지서 만든다
주목할 대목은 '기술교범 리드(Technical Publications Lead)'다. 단순히 매뉴얼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공고에는 운용·정비교범과 전자식기술교범(IETM) 등을 작성한 뒤 형상관리와 품질검증을 거쳐 문서가 최종적으로 미 정부의 수락(government acceptance) 절차를 통과하도록 지원하는 업무까지 명시돼 있다. 미 육군의 평가행사(Army evaluation events)도 지원 대상이다. 즉 설계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차량의 운용·정비에 필요한 기술문서 작성부터 미 정부의 검증·수락 절차까지 미국 현지에서 지원할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PMO가 복수의 지상차량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전문직군도 포괄적으로 구성된 점은 한화가 단순 채용을 넘어 여러 미 육군 지상차량 사업에 대응할 사업부 자체를 미국에 구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화가 미국법인에 부여한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MTC 계약 발표에서도 미국 내 제조기업 구축과 기술이전, 장기적인 산업협력 기반 조성을 강조했다.
앞서 확인된 궤도형 포병차량 조직이 미 육군 포병 현대화와 시제품·양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확인된 '지상차량사업부'는 사격통제·통합시험·방호생존성부터 기술교범과 운용지원까지 포괄하는 조직 자체를 미국에 새로 세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화의 미국 지상무기 사업이 K9 수주를 넘어 사업부 단위의 현지화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