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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줄고 의사도 없다…지역 분만병원 잇따라 '폐업'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31 10:44
수정 2026.08.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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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제일병원 31일 폐업…월 분만 8~9건까지 감소

전국 분만 의료기관 400곳뿐…시·군·구 40%는 한 곳도 없어

산과 인력난까지 겹쳐…의료계 “정부 지원 확대해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역에서 오랜 기간 분만을 책임져온 산부인과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 분만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분만 건수가 급감한 데다 의료진 고령화와 산과 전문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병원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의료계에서는 지역 분만 의료의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유지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남 밀양 제일병원은 이날을 끝으로 진료를 중단하고 오는 9월 1일 폐업한다. 약 40년간 밀양 지역의 분만 의료를 담당해온 제일병원은 70대 원장과 60대 산부인과 전문의가 진료를 맡아왔으나, 최근 전문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데다 원장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병원 운영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과 지역 인구 감소에 따른 경영난도 폐업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연간 400건 안팎이던 분만 건수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107건, 108건까지 줄었고 올해도 월평균 8~9건에 그쳤다. 병원은 매달 약 1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양시는 지역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해 2013년 시설·장비 확충 비용 10억원을 지원하고 이후 매년 운영비 5억원을 투입해왔지만 폐업을 막지는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밀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출생에 따른 분만 건수 감소로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데다 의료진 부족까지 겹치면서 지역 분만 인프라가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지역 내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질 경우 임신부들이 출산을 위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이른바 ‘원정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에서도 연간 약 3000건, 도내 출생아 3명 중 1명꼴의 분만을 담당해온 서해산부인과의원이 지난 29일 진료를 중단하고 폐원했다. 지난 27년간 2만2000여명의 출산을 책임져왔지만 365일 24시간 이어지는 당직에 따른 의료진의 체력적 부담 등이 폐원 배경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진안군의료원 산부인과가 최근 진료를 중단한 데 이어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도 핵심 전문의 이탈로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 분만부터 고위험 신생아 치료까지 필수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지역 모자의료 체계 전반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위기가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생으로 분만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산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마저 감소하면서 지역 분만 의료를 떠받칠 인력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40여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전임의는 17명으로, 이 가운데 산과 전임의는 5명에 불과했다. 산과 전임의는 2023년 7명, 2024년과 2025년 각각 8명에서 올해 다시 줄었다.


분만 의료기관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2003년 1371개에서 2025년 400개로 71% 줄었고, 전국 시·군·구의 40%에는 분만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특히 의원급 분만 의료기관은 2014년 376개에서 2024년 178개로 10년 새 52.7% 감소했다.


분만 의료는 실제 분만 건수가 적더라도 응급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의료진과 수술·마취 인력, 시설 등을 유지해야 한다. 저출생으로 분만 건수가 줄수록 수익은 감소하지만 필수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설 비용은 크게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의료계가 분만 의료를 단순히 수요와 수익에 따라 유지되는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제일병원 사례는) 지역 필수의료 유지가 지자체의 역할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중앙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사라진다는 것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의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분만은 24시간 365일 의료진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으로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없다”며 “정부는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에서도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지속해서 진료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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