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김상식 감독 성공 신화…한국 축구 난맥상과 대조
입력 2026.08.29 09:03
수정 2026.08.29 09:03
베트남 최초 현대컵 2연패, 동남아 무대서 지도력 입증
“월드컵 가고 싶다” 해외서 다시 커지는 한국 지도자 위상
베트남의 현대컵 2연패를 이끈 김상식 감독. ⓒ 디제이 매니지먼트
한국 축구가 북중미 월드컵 졸전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저 멀리 동남아 그라운드에서 김상식 감독이 승전보를 전해와 추락한 자존심을 외롭게 세워 올리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은 지난 27일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6 아세안축구연맹(ASEAN) 현대컵에서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의 대회 2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통산 4번째(2008, 2018, 2024, 2026년) 우승이며 A매치 무패 행진 역시 26경기(22승 4무)로 늘린 김상식 감독이다.
김상식 감독은 28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컵 우승 소감과 향후 구상을 밝혔다.
김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왕'이 됐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 왕일 뿐"이라며 특유의 유쾌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입장으로 준비하겠다.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맙고,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준 베트남 팬들 덕분"이라며 모든 공을 선수단과 팬들에게 돌렸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김상식 감독의 성공 비결로 단연 '친형 리더십'을 꼽는다. 박항서 감독이 터놓은 길 위에 선 김 감독은 단순한 기술 이식을 넘어 베트남 특유의 정서적 문화에 깊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국의 '정(情)'과 일맥상통하는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훈련장 밖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형처럼 다가섰다. 현지 음식을 먼저 찾고 문화를 수용하는 언어 이상의 교감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감독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폭발적인 동기부여로 직결됐다.
김 감독 또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있지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잘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이 동남아 정상에 오른 날,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 거리에는 베트남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물결을 이뤘다. 김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로서 가슴 뿌듯하고 감격스럽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앞서 닦아놓으신 길 덕분에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축구 덕에 분위기가 밝아진다는 말을 전해온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베트남의 현대컵 2연패를 이끈 김상식 감독. ⓒ 디제이 매니지먼트
박항서, 김상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 축구의 발전은 결코 우습게 볼 사안이 아니다. 김 감독은 올해 초 열린 AFC U-23 아시안컵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며 베트남에 값진 승리를 안긴 바 있다.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동남아 왕좌를 지켜낸 김상식호는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AFC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공교롭게도 조별리그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한 조에 속해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다.
김상식 감독도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현대컵 우승 시상식 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베트남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며 "선수 시절 월드컵을 경험했던 만큼, 이제는 지도자로서 베트남을 이끌고 월드컵 무대에 나가 세계적인 명장들과 지략을 겨뤄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김상식 감독의 성과는 최근 홍명보 감독 체제 아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무기력한 경기력과 난맥상 끝에 조기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한국 축구의 참담한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도자의 명확한 철학 부재, 선수단과의 소통 실패, 협회의 무능한 지원 속에 무너져 내린 대표팀을 보며 실망했던 국내 축구 팬들은 해외에서 한국 축구 지도자의 위상과 품격을 증명해 내고 있는 김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 축구와 '소통과 존중'을 통해 베트남서 신화를 써내려 간 김상식 감독의 행보는 추락한 한국 축구가 되찾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