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 논란이 드러낸 장애인 인식의 모순…개인 비판에서 ‘착한 장애인’ 비교로 [이슈]
입력 2026.08.29 14:19
수정 2026.08.29 14:19
CCTV 공개 방식 책임은 박위…KTX 낙상 안전 책임은 코레일
매뉴얼 밖 현장 조치에도 코레일은 사고 뒤 별도 대책 제시 안 해
배나래 교수 “장애인에게도 평범하게 불완전할 권리 있다”
지체장애인 유튜버 박위가 지난 14일 대전역에서 KTX 하차 지원을 받다 휠체어에서 떨어진 사고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지난 21일 공개한 방식에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박위는 안전 개선을 위해 영상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사과한 사회복무요원의 실수를 구독자 약 100만명의 채널에 공개한 선택은 박위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비판은 박위가 영상을 내리고 사과한 뒤에도 이어졌다. 일부는 ‘앞으로 장애인을 돕지 않겠다’고 반응했고 관계없는 장애인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찾아가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낙상 사고의 원인과 코레일의 안전 대책보다 장애인의 태도가 심판대에 올랐다.
28일 데일리안 취재 결과, 사고 당시 사회복무요원이 휠체어 리프트 경사판에 발을 올린 행위는 코레일 사용자 매뉴얼에 없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매뉴얼상에는 없는 게 맞다”며 “암암리에 그렇게 하는 직원분들도 있고 아예 펼쳐서 발로 밟은 다음 같이 내려오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위 유튜브 채널 캡처
코레일이 제공한 ‘승강장용 휠체어리프트 사용자 매뉴얼’에는 리프트를 하단까지 내리고 승강장 측 교판을 바닥에 펼친 뒤 승객의 하차를 안내하도록 적혀 있다. 경사판이 들뜨거나 흔들릴 때의 조치, 이를 발로 누르는 방법과 직원의 안전 위치는 나와 있지 않다.
코레일은 휠체어 바퀴가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걸려 발생한 ‘단순 사고’로 판단했다. 사고를 정식으로 접수해 장비 상태와 지침 준수 여부를 조사했는지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별도 장비 점검이나 추가 교육, 현장 지침 전달, 매뉴얼 개정도 제시하지 않았다. 평소 장비 점검과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만 내놨다.
코레일은 같은 형태 사고가 이전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사판과 승강장 바닥 사이의 높이·경사도 등 기존 장비의 문제를 보완한 신형 휠체어 리프트를 개발해 올해 말부터 휠체어 이용객이 많은 29개 주요 역에 9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신형 리프트 사업은 2025년 7~8월 서울역 시범운영과 올해 6월 11일 휠체어 이용객 대상 시연회를 거쳐 추진됐다. 사고는 그 이후인 지난 14일 발생했다. 사고 뒤 별도로 시행한 장비 점검과 추가 교육, 현장 지침 전달, 매뉴얼 개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르님 엑스 계정
공개 방식에 대한 비판은 장애인 간 비교로 번졌다. 뇌병변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크리에이터 구르님의 유튜브 영상에는 “전신마비임에도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누구 때문에 짜증났는데 구르님 덕에 힐링하고 간다”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장애가 있는 유튜버 ‘만능발’ 이시형씨도 비교 대상으로 소환됐다. 그는 발로 게임을 하고 식사·여행하는 일상을 유쾌하게 전해왔으며, 특권이나 동정 대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해왔다. 온라인에서는 “박위의 경우와 대조적”, “생각이 곧고 바른 청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씨가 자신의 장애를 자조적 유머로 풀어내는 모습은 ‘좋은 장애인’의 기준처럼 소비됐다. 그의 삶을 존중하는 칭찬을 넘어, 비장애인 중심적 사고로 장애인에 계급을 매기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CTV를 공개한 방식과 장애인이 불편과 권리를 말하는 행위를 각각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에게도 다른 시민과 같은 책임 기준을 적용하면서 장애를 이유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어빙 고프먼의 ‘낙인’ 개념을 들어 장애인을 불쌍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보는 시선과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며 감사해야 하는 사람으로 기대하는 시선 모두 고정관념이라고 짚었다.
그는 “장애인에게도 평범하게 불완전할 권리가 있다”며 “장애인도 화를 낼 수 있고 실수하거나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잘못한 행동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판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지난 18일 서울역 4호선 사당, 오이도행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에 대한 지지가 이를 요구하는 시위 방식에 대한 공감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리서치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이어지던 2022년 6월 3~6일 전국 만 18세 이상 929명을 조사한 결과 저상버스 확대는 88%,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은 85%, 시·군·구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와 예산 지원은 82%가 지지한 것과 달리 전장연 시위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61%로 정책별 지지율보다 21~27%포인트 낮았다.
시위 방식을 두고는 ‘옳은 주장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으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50%였다. ‘일부 시민이 불편해도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쪽은 29%였다.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도 35%로,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 23%보다 높았다. 권리 보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요구가 불편을 일으키면 시위 방식에 대한 반감이 장애인 전체를 향한 평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배 교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착한 장애인이 환영받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굳이 착한 사람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