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국장, 러시아 찾아 최후통첩…"더 나빠지기 전 전쟁 끝내라"
입력 2026.08.28 14:05
수정 2026.08.28 15:39
극비리에 모스크바 방문…FSB 수장에 러시아 전황·경제 '암울한 평가' 전달
"러군 막대한 손실에도 진격 정체"…푸틴 측근 보고 신뢰성에도 의문
트럼프 특사 협상 교착 속 정보기관 채널 가동…러시아에 '진지한 협상' 압박
2024년 6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붙잡혀 있었던 러시아 군인들이 버스를 타고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극비리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군사·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기 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는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이 이번 주 모스크바를 비밀리에 방문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만났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처한 상황에 대한 CIA의 '암울한 평가'를 공유하고 "군사·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IA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측근들로부터 전황과 피해 규모를 제대로 보고받고 있는지 의문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랫클리프 국장은 지난달에도 러시아군의 막대한 병력 손실과 전선에서의 진격 정체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 최전선 병사의 평균 생존 시간이 35분에도 미치지 못하며 자신이 CIA 국장에 오른 뒤 18개월 동안 러시아가 추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전체의 약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능력이 러시아의 진격을 막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종전 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정보기관 수장까지 투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러시아와 별도 협상 채널을 가동해왔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미 당국자들은 옛 소련 정보기관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일반 외교 채널보다 CIA 국장이 직접 전달한 정보를 더 심각하고 신뢰할 만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의 현재 군사·경제 상황을 근거로 "이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진지한 협상에 나설 때"라는 입장을 보르트니코프 국장에게 전달했다.
러시아 측은 회동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의미를 축소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랫클리프 국장과의 접촉에 대해 "특별할 것이 없는 실무 회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을 "일종의 반(半)정례적 방문"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무언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