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피플라운지] 샐러드 불모지서 연매출 1000억…“다음은 샌드위치·해외시장”
입력 2026.08.31 07:00
수정 2026.08.31 07:00
98% 가맹점…상권 보호·자체 공급망으로 상생
‘건강+맛’ 잡고 고객층 확대…일상식으로 진화
현지 맞춤 전략 앞세워 글로벌 프랜차이즈 도전
(왼쪽)이건호·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샐러디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샐러디
한때 샐러드는 온전한 식사로 여겨지지 않았다. 고깃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메인 메뉴를 기다리며 먹는 애피타이저나 곁들이 음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샐러드는 편의점과 구내식당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한 끼가 됐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몸집을 키운 브랜드가 ‘샐러디’다. 2013년 서울 선릉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한 샐러디는 현재 42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업계 1위’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샐러드 한 그릇이 낯설던 시장을 개척하며 2024년 기준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의 등장으로 체중 관리 방식마저 달라진 요즘. 국내 샐러드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한 끼’를 앞세워 시장을 키워온 두 공동대표를 만나 샐러디가 성장한 비결과 이들이 그리는 건강식의 미래를 직접 들어봤다.
(왼쪽)이건호·안상원 샐러디 공동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샐러디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샐러디
◇ 역할은 달라도 원칙은 하나…두 대표가 지킨 ‘가맹 상생’
샐러디는 이건호·안상원 두 공동대표가 10년 넘게 함께 이끌고 있다. 한 명이 외부로 뛰며 영업과 해외 사업, 메뉴 개발 등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면 다른 한 명은 내부 운영과 공장·농장 등 공급망을 관리하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식이다.
성향도 역할도 다르지만 오히려 이런 차이가 샐러디 성장의 동력이 됐다. 창업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눈 두 대표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 집중하는 현재의 공동대표 체제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두 대표가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도 놓치지 않은 원칙은 가맹점과의 상생이다. 전체 매장의 98%가 가맹점으로 이뤄진 만큼 본사의 성장이 점주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가맹점의 성장이 곧 본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바라본 셈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 샐러디 본사에서 만난 이건호 대표는 “신규 매장을 낼 때 기존 가맹점의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출점하고 있다”며 “계약상 보장하는 영업구역이 있지만, 이보다 더 넓게 기존 점포와의 상권 중복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주요 축으로 자체 공급망도 꼽았다.샐러디는 자체 농장과 가공공장을 운영하며 원재료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원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육가공까지 자체 설비를 갖춰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한 점도 큰 경쟁력이다.
안상원 대표는 “샐러디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국 매장에 사계절 일정한 품질의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계절 변화에 강한 품종이 필요했다”며 “현재 종자회사와 협업해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강하면서 단맛을 살린 로메인 품종을 직접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샐러디가 운영하는 자체 농장 ‘샐러디팜’에서 샐러드용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샐러디
◇ ‘건강’만으론 부족…맛 잡고 샌드위치로 영토 확장
가맹점과의 상생과 자체 공급망이 샐러디의 성장을 뒷받침한 기반이었다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 핵심은 ‘메뉴’다. 샐러드 자체가 생소했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한 끼로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 레시피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샐러디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창업 초기에는 국내에서 참고할 만한 샐러드 전문점이 많지 않아 해외 브랜드를 주로 참고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바꾸는데 초점을 맞췄다. 매콤한 맛 등 친숙한 맛을 샐러드에 접목하고, 이후에는 밥과 면 등을 활용한 메뉴까지 잇달아 선보이며 샐러드의 범위를 넓혀갔다.
이 대표는 “초기 메뉴 개발은 직접 메뉴를 만들어 먹어보고 레시피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친구들을 불러 시식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며 “창업초기엔 약 5종의 샐러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별도의 메뉴 개발 조직을 두고 연 1~2회 메뉴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안착한 이후에는 샐러드의 대중성을 높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건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자가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맛’을 함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건강하더라도 맛이 없다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고객층도 꾸준히 넓히고 있다”며 “기존 핵심 고객인 20·30대 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비자를 겨냥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이다. 일례로 비교적 최근 출시한 ‘프로틴박스’는 단백질 함량을 높여 20·30대 남성 고객 비중이 높은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귀띔했다.
샐러디 인기샌드위치 ‘불고기 반미 샌드위치’.ⓒ샐러디
이 같은 대중화 전략의 다음 선택지는 샌드위치다. 보다 대중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메뉴를 ‘샐러디답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용하는 식재료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샌드위치를 선택한 이유다.
특히 샐러디가 메뉴 영역을 넓히는 데는 건강식 소비층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비만치료제의 등장과 함께 건강식 소비 목적이 체중 감량에서 일상적인 건강 관리로 넓어지면서 보다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대표는 기자를 향해 “샌드위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써브웨이 외에는 확실하게 자리 잡은 브랜드가 많지 않다고 본다”며 “써브웨이와는 다른 맛과 가치를 제공한다면 샐러디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앞으로 건강식은 김밥을 키토김밥으로, 떡볶이를 저당떡볶이로 바꾸는 것처럼 익숙한 음식을 건강하게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저당·고단백 중심의 건강식도 앞으로는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샐러디 필리핀 마닐라점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샐러디
◇ “미국·대만·필리핀서 통했다”…글로벌 샐러디 ‘시동’
샐러디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한다. 목표는 단순히 해외에 몇 개 매장을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맥도날드와 써브웨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것이 두 대표가 그리는 샐러디의 최종 모습이다.
현재 미국·대만·필리핀 등 3개국에 진출해 국가별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2년 내 각 국가에서 매장을 1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에서는 ‘Korean Healthy Eats’를 기본 콘셉트로 내세우되 국가별 소비자 취향과 식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진출한 3개국 모두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순항하고 있다. 한국 음식에 관심이 높으면서 건강한 식사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층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두 대표는 바라보고 있다. 특히 필리핀 매장은 국내 매장 평균을 몇 배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미국처럼 경쟁 브랜드가 많고 샐러드가 대중화된 시장에서는 중저가 전략을, 동남아처럼 샐러드 시장이 성장하는 지역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면을 선호하는 국가에서는 누들 메뉴를 늘리고 샌드위치나 랩을 선호하는 곳에서는 해당 메뉴의 비중을 높이는 등 국가별 식문화에 맞춰 메뉴를 달리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샐러디 대표 메뉴 연출 이미지ⓒ샐러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