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다움’은 각인됐다…이제 멤버가 보일 차례 [가요 뷰]
입력 2026.08.28 10:31
수정 2026.08.28 10:33
‘404’부터 ‘와이키키’까지, 독창적인 콘셉트로 팀 브랜드 구축
히트곡은 쌓였지만 멤버별 대표 장면은 여전히 데뷔 초
기획으로 얻은 관심, 개인 캐릭터와 팬덤으로 연결할 시점
걸그룹 키키(KiiiKiii)를 둘러싼 기획이 매번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유·이솔·수이·하음·키야의 개인 인지도와 매력은 그만큼 선명해지지 않았다. 기획으로 팀을 발견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그 관심을 멤버별 캐릭터와 팬덤으로 연결하는 것이 키키의 다음 과제다.
28일 엠넷(Mnet)에 따르면 전날 '엠카운트다운'에는 키키가 무대에 올라 ‘팝 오프 팝 오프’(Pop Off Pop Off)의 활동을 이어갔다. ‘404’(New Era)로 5세대 음원 강자에 오른 뒤 내놓은 첫 앨범인 만큼, 이번 활동은 흥행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팀에 쏠린 관심을 다섯 멤버에게 확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점이었다.
‘팝 오프 팝 오프’가 수록된 세 번째 미니앨범 ‘와이키키’(WhyKiiiKiii)는 지난 10일 발매됐다. 콘텐츠를 따라가다 보면 키키가 좋아하는 색과 시대, 그리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또렷하게 보인다. 다만 ‘키키다운 것’은 충분히 알겠는데, 멤버들이 가진 각각의 매력도 그만큼 선명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키키 '캔디 핑크 매직 홀 플립 폰' 스톱 모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키키는 올해 음원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낸 5세대 걸그룹 중 하나다. 지난 1월 발표한 ‘404’는 발매 16일 만에 2026년 발매곡 가운데 처음으로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2월 써클차트 월간 디지털·스트리밍 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으며, 상반기 누적 디지털 차트에서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팝 오프 팝 오프’도 지난 20일 스포티파이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며 흥행 흐름을 이었다.
웹페이지 오류 코드 ‘404’를 ‘좌표 밖의 자유’로 바꾸고, 손을 뻗는 안무와 2000년대 후반의 인터넷 감성을 하나의 팀 이미지로 묶은 것은 분명 기획의 성과다. 이번 활동에서도 여행사 홈페이지와 사진 꾸미기 화면, 매직홀폰 등 서로 다른 장치가 모두 ‘키키답다’는 인상으로 수렴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오히려 멤버가 우선적으로 주목받는다면 아이돌의 기획보다는 멤버 개인의 기량으로 주목받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획이 된 아이돌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멤버보다 키키라는 이름과 콘셉트가 먼저 알려진 것 자체는 팀 브랜딩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라는 의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팀의 화제성이 멤버별 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획을 통해 확보한 대중성을 팬덤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먼저 개인 인지도를 올린 건 이솔이다. 프리 데뷔곡 ‘아이 두 미’(I DO ME) 뮤직비디오에서 얼굴 위에 무당벌레를 올린 장면과 ‘콩 무당벌레’라는 가사는 이솔에게 ‘무당벌레 걔’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키야도 ‘아이 두 미’와 ‘404’의 도입부에서 들려준 낮고 짙은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404’와 ‘팝 오프 팝 오프’를 거치며 새롭게 더해진 멤버별 대표 장면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츠투하츠 유튜브 채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데뷔 한 달여 만에 리얼리티 ‘챗 하츠투하츠’(Chat Hearts2Hearts)를 공개해 멤버들의 캐스팅 과정과 관계성을 소개한 이들은 남자 아이돌만큼 자체 콘텐츠에 공을 들였다. 여기서 만들어진 이안과 예온의 관계성, 에이나의 부캐 ‘이훈’은 ‘루드!’(RUDE!) 뮤직비디오에서도 다시 활용되며 예능으로 끌어올린 인지도를 본업에도 적용시켰다. 자체콘텐츠를 본 팬에게는 익숙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를, 처음 접한 대중에게는 해당 멤버를 찾아볼 이유를 주는 식이다.
같은 소속사 선배인 아이브(IVE)도 장원영과 안유진에게 관심이 쏠린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활동을 거치며 가을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파트, 레이의 일본 Y2K 감성을 살린 SNS 피드, 리즈의 음색, 이서의 막내 이미지처럼 나머지 멤버에게도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인기의 균등함보다 중요한 것은 히트곡으로 들어온 관심을 멤버의 이름으로 돌려보낼 장치가 있느냐다.
가요계 관계자는 “멤버별 인지도를 높이려면 결국 독보적인 비주얼이나 캐릭터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외적인 모습만으로 보여주기 어렵다면 ‘워크돌’ 같은 콘텐츠나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키키에게 필요한 것도 무조건적인 개인 활동 확대는 아니다. 그러나 키야의 음색과 이솔의 표현력, 지유의 주도적인 면모처럼 이미 드러난 특성을 노래의 파트와 뮤직비디오, 자체 콘텐츠와 외부 예능에서 반복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강한 팀 색을 만드는 첫 단계에는 이미 성공했다. 이제는 잘 만든 콘셉트 안에 멤버들을 배치하는 데서 나아가, 멤버의 음색과 성격, 관계성이 다음 콘셉트의 재료가 돼야 한다. 기획을 통해 키키를 발견하게 했다면, 앞으로는 다섯 멤버가 키키에 머물게 할 이유가 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