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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있어도 로보택시까지 3~4년”…韓 자율주행 상용화의 현실

데일리안 광주=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27 18:00
수정 2026.08.27 18:00

광주서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성공 전략’ 세미나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차 200대 투입

E2E 시대 데이터 확보·학습 중요성 부각

사고 대응·지역 산업화 과제도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광주·전남지회 세미나에서 고한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박사가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 추진현황을 소개하며 실증도시 구축의 주요 과제와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광주에 대규모 자율주행차가 투입되고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실제 택시·버스 등 운송 서비스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동시에 사업 모델과 기존 운수업계와의 공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 뒤 사업화를 고민할 경우 실제 서비스까지 또다시 수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광주·전남지회 세미나에서는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도시 성공 전략’을 주제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고도화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실제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기업의 존재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지원금을 받아 연구개발만 할 수는 없다. 자율주행 기술로 돈을 벌려면 사업화가 되고 서비스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역 운수업계와 화물업계 등과 자율주행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기업과 기존 운수업계 사이에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택시·버스·물류업계 대표들을 만나보면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바로 사서 택시 영업이나 버스 운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하는 데까지만 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기술 개발이 끝난 뒤 사업화를 논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증 단계부터 운수업계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초기에는 정부·지자체 지원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업과 기존 운송사업자가 함께 수익모델을 검증하고 향후 민간 사업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로보택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기존 택시산업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로보택시나 자율주행 대중교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사업자, 기존 운전자 등이 새로운 운송 체계에 어떻게 안착할 것인지도 광주 실증사업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됨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광주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사업이 있다. 광주시는 올해 아이오닉5 기반 레벨4 자율주행 전용차 20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자율주행 실증이 도시 일부 구간에서 5~10대 수준으로 이뤄졌다면 광주는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실증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동현 광주광역시 미래차산업과장은 “도시 전체가 자율주행 실증 구역으로 선정된 사례는 광주가 처음”이라며 “그동안 5대, 10대 이내의 소규모 차량으로 실증이 이뤄졌다면 우리는 200대의 대규모 사업이고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실증 과정에서는 운전석에 탑승하는 운전자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운행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실증의 또 다른 목적은 E2E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E2E는 기존처럼 인지·판단·제어를 각각의 알고리즘으로 나눠 처리하는 대신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주행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기범 가천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결국에 마지막은 데이터 싸움이 된다”며 “네트워크의 성능보다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정제해서 어떻게 학습시켰느냐가 순위를 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많은 거리를 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진이나 일반적인 도로 상황보다 사고 위험이 있는 돌발상황이나 복잡한 교차로 등 이른바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가 자율주행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한 대가 사고를 내면 같이 운행하는 수백대의 차량이 함께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평생 한두 번 경험할까 말까 한 돌발상황을 자율주행차는 데이터 공유와 학습을 통해 반복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보된 데이터를 실제 AI 학습에 활용할 컴퓨팅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 대표는 “학습을 안 하는 데이터는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라며 자율주행 실증 차량 확대와 함께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GPU 등 AI 학습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과 사고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규모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고 전후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 실증사업에서는 자율주행 전용 보험의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마련하고 사고처리 매뉴얼과 현장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실증사업을 지역 자동차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이날 전문가들은 지역 기업이 개발한 센서와 전장부품, 소프트웨어를 실증 차량에 탑재해 실제 도로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향후 완성차 공급과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주시 역시 실증 과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단순히 중앙에서 수집·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학습·가공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에 데이터를 이중화해 관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광주 실증도시의 성패는 200대의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잘 달리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실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술 고도화로 연결하고, 안전·보험 등 제도를 갖추는 동시에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버스 등 실제 서비스에서 기존 운수업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작업까지 병행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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