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조 정책서민금융…이제는 ‘공급’보다 ‘회복’ 살필 때
정책서민금융 역대 최대…대위변제액 3년째 1조 넘어
현금서비스 이용 2년 뒤 53.5%↓…고금리 대출 대체
신용회복·경제적 자립 미지수…“평가 체계 바꿔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책서민금융이 양적 확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지원받은 차주가 경제적으로 회복했는지를 따지는 성과 평가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의 초점을 ‘얼마나 공급했는지’에서 차주가 ‘얼마나 회복했는지’로 옮기고 이를 장기간 추적할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경제적 성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은 역대 최대인 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15 등 8개 상품으로 확대됐으며 정책서민금융 이용 경험자는 주민등록번호 기준 340만명에 달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연간 대위변제액은 3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근로자햇살론 대위변제율은 2021년 10.6%에서 최근 13%대로 높아졌고 햇살론15는 같은 기간 14.0%에서 26.8%까지 상승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도 28.8%에 이른다.
그동안 정책서민금융의 성과는 지원 금액과 건수, 대위변제율 등 공급과 회수 지표를 중심으로 관리돼 왔다.
하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는 이용자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평가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연구는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와 비슷한 조건의 미이용자를 비교해 정책 효과를 추적했다.
2016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KCB 차주 패널을 활용했으며 분석 대상은 15만8000명이다.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15, 새희망홀씨 등 8개 상품을 포함했다.
분석 결과, 정책서민금융은 고금리 대출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정책서민금융 이용 이후 줄기 시작해 24개월 뒤에는 대조군보다 53.5%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서민금융 이용 시점에 평균 1093만원의 정책자금이 공급되면서 기존 비정책 부채도 336만원 감소했다. 정책자금의 약 3분의 1이 기존 채무를 대체한 셈이다.
카드 소비는 대조군보다 13.4% 늘었다. 정책서민금융이 취약차주에게 유동성을 공급해 급격한 소비 위축을 막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구 기간이 24개월에 그쳐 정책서민금융이 장기적인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자립까지 이끌어냈는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정책대출 만기가 통상 3~5년인 만큼 대출을 모두 갚은 뒤 차주의 신용과 경제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정책서민금융 평가 기준을 ‘공급 규모’에서 실제 이용자의 ‘회복 여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경원 교수는 공급액과 공급 건수 대신 이용 후 12·24·60개월의 신용 회복률을 평가하고 대출 회수율 대신 제1금융권 진입률을 살펴보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위변제율도 정책서민금융 재이용률과 정책 의존도 변화 등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성과지표를 회수율에서 회생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이용 이후 차주의 변화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기관별로 관련 정보가 흩어져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 관련 규제로 기관 간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소득과 소비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연구에서 활용된 소득은 실제 신고소득이 아닌 신용평가사의 추정치를 활용했고 소비 역시 신용카드 승인액만 반영됐다.
이와 관련해 서금원과 신복위, 캠코의 정보를 우선 연계한 뒤, 국세청의 근로·사업소득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변동 등 공공 행정데이터까지 단계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김은미 서금원 조사연구팀 과장은 “개인정보보호나 신용정보법 등 다양한 법률 규제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조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연구에 대한 샌드박스를 만들어 연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데이터 사용에 정책적으로 관여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동시에 정책서민금융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과장은 “최근 공급은 굉장히 많이 이뤄지는 반면, 이분들이 정말 회복했는지, 삶이 나아졌는지에 대한 측정은 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서민금융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한 정책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