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존중 사라진 한국 축구 [기자수첩]
입력 2026.08.28 07:00
수정 2026.08.28 08:11
전북 이승우, 아버지 뻘 상대 감독과 설전 논란
원정팀 선수들은 홈팬 향한 골 세리머니 논란
김병지 축구협회 부회장과 박문성 해설위원은 폭로전 격화
김현석 울산 HD 감독과 설전을 벌인 이승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 축구는 현재 논쟁 중이다.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가 아버지 뻘인 감독을 향해 ”왜, 왜, 뭐, 내가 뭐랬는데“라고 맞받아친 장면이 팬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잡혔고, 그라운드 밖에선 도를 넘어선 폭로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HD의 ‘현대가 더비’에서 벌어진 이승우와 김현석 울산 감독의 충돌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전북이 1-0으로 앞선 후반전에 울산 팬들은 부상을 당한 이승우가 시간을 끈다고 판단해 야유를 쏟아냈고, 이에 선수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후 이승우와 김 감독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언쟁을 벌이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떠나 팬들이 보기에는 분명 눈살을 찌푸릴만한 장면이다.
일각에서는 FC바르셀로나 유스 등 어린 시절부터 유럽축구를 경험하며 개성 강하고 톡톡 튀는 이승우의 스타일을 옹호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유럽 무대를 경험한 대선배들은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승우는 일부 매체를 통해 “경기장에서만큼은 다른 팀 감독님에게 예의를 차려야 된다는 마인드가 아니다”, “더 많은 경고도 나와야 하고 더 이슈가 돼야 한다”며 라이벌전의 치열함과 연결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라이벌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먼저 있어야 존재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충돌 과정에서 이승우는 본인이 직접 “당연히 욕을 했겠죠”라고 언급했는데 이로 인해 축구계 선배이자 아버지뻘 상대 감독, 상대 팀을 향한 존중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라운드에서 발생한 골 세리머니 논란도 아쉬움을 더한다.
서울과 안양의 ‘연고지 더비’서 득점 이후 세리머니를 펼친 정승원이 주심에 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골을 넣은 문선민과 클리말라 등 서울 선수들이 득점 이후 안양 서포터즈 앞에서 보란 듯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홈 팬들을 자극했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그라운드 밖에서는 폭로전이 격화되고 있다.
강원FC의 김병지 대표이사와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최근 유소년 연수 특혜와 외유 논란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이어 과거 행적과 사적 의혹을 둘러싼 폭로전을 주고받으며 정면충돌했다.
박 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병지 대표가 지난해 강원 유소년 선수들의 영국 런던 연수 과정에 자기 아들을 사적으로 포함했다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박 위원이 최근 몇 년간 대한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지만 2010년대에는 협회 외부 행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대표는 축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박 위원 가족에 관한 의혹까지 거론했다.
박문성 위원은 축구대표팀이 북중미월드컵 졸전으로 실망감을 안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병지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내고 있기도 하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고 축구협회 쇄신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축구계 현안과 무관한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