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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 북극항로…K-조선 ‘극지 선박’ 수주 기회 잡을까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8.26 14:08
수정 2026.08.26 14:08

팬스타 아크로호 북동항로 운항…수에즈보다 7000km 단축

쇄빙선 포트폴리오 갖춘 국내 조선 3사…극지 선박 발주 기회

지난 22일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 ⓒ해양수산부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이 국내 조선 업계에 새로운 수주 기회를 열고 있다. 북극항로의 상업 운항이 본격화되면 자원 운송용 쇄빙 LNG 운반선·유조선을 중심으로 특정 노선과 화물에 투입되는 극지 선박 수요가 넓어질 수 있다. 관련 선박의 건조 경험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들이 북극항로 개방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발해 북동항로 운항에 들어갔다.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 뒤 오는 10월 5일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거리는 약 1만3000km로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기존 항로보다 7000km 짧다. 운송 기간도 약 10일 줄어든다. 정부는 이번 운항을 통해 거리와 소요 기간, 연료 소비량, 운항 비용 등을 분석해 상업화 가능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쇄빙선이 아닌 내빙 컨테이너선이다. 얼음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선체를 보강한 내빙선은 해빙이 진행된 항로를 운항한다. 쇄빙선은 두꺼운 얼음을 직접 깨며 뒤따르는 선박의 길을 연다. 화물을 실은 채 스스로 얼음을 깨고 운항하는 배는 쇄빙상선으로 분류된다.


현재 시범운항은 얼음이 줄어드는 여름철에 맞춰 진행된다. 북극항로 운항 기간이 늘고 정기노선이 자리 잡으려면 높은 빙해 등급을 갖춘 상선과 쇄빙선 확보가 필요하다. 북극항로 상업화가 극지 선박 발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조선 3사는 각기 다른 극지 선박 건조 경험을 갖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스웨덴 해사청과 3억4890만 달러(약 5148억원) 규모의 쇄빙전용선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소가 해외에서 발주된 쇄빙전용선을 수주한 첫 사례다. 해당 선박은 2029년 인도돼 발트해에서 쇄빙 지원과 예인 작업 등을 수행한다. 쇄빙선의 조종성과 연료 효율을 높이는 3MW급 선회식 전기추진기(POD)도 개발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된 Arc7급 쇄빙 LNG 운반선 15척을 건조했다. 평소에는 일반 선박처럼 항해하다가 두꺼운 얼음을 만나면 선미를 앞세워 얼음을 깨는 양방향 쇄빙 기술이 적용됐다. 현재는 1.5m 두께의 얼음을 뚫을 수 있는 PC3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있다. 2029년 말 극지연구소에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쇄빙유조선을 건조했다. 이후 러시아 북극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쇄빙 셔틀탱커와 LNG 운반선 등 상업용 쇄빙선 건조 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신규 발주처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다만 북극항로가 당장 대규모 선박 발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쇄빙선은 일반 선박보다 건조비가 높고 현재 운항 가능 기간도 제한적이다. 러시아 연안을 지나는 북동항로는 통항 허가와 쇄빙 지원, 보험료, 대러 제재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번 시범운항에서 경제성과 화물 수요가 확인되고 정기 노선 전환이 구체화돼야 선박 교체와 신규 선대 구축 수요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이번 시범운항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북극항로의 상업·기술·환경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걸음”이라며 “북동항로뿐 아니라 북서항로도 함께 검토해 수출입 물류의 99.7%를 수송하는 우리 해상 물류망의 선택지를 넓히고 조선·항만·물류산업이 미래 북극항로 시장에 대비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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