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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북 구애, 왜 동맹이 대가를 치러야 하나 [박은주의 한반도 전략 시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26 08:25
수정 2026.08.26 08:26

한미연합훈련 축소하며 김정은에 손 내미는 트럼프

북한에겐 ‘미국이 다급하다’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

동맹의 군사적 자산을 먼저 내놓은 외교는 협상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김정은과의 사진을 올리고 "우리는 아주 잘 지낸다"고 강조한다. 한미연합훈련까지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이후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로 보인다. 이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은 물론, 한국과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에 매우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동맹의 군사적 자산을 먼저 내놓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의 대북 외교 성과를 위해 왜 동맹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2019년 김정은이 기차를 타고 하노이까지 달려갔다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북한이 얻었을 교훈은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만으로는 북핵 문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협상에서 미국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을지 확인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북한은 제재와 외교적 고립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한층 고도화했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과거보다 훨씬 큰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먼저 훈련 축소라는 카드를 내놓는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많은 것을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개인적 구애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다급하다"는 인식만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동맹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미연합훈련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신호인 동시에,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한미 양국군이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훈련을 통해 지휘체계를 점검하고, 병력과 장비의 상호운용성을 확인하며, 실제 전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줄이고 공개하는 행위는 한국과 일본에게 "미국은 동맹의 억지력보다 외교적 쇼를 더 중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확장억제에 국가 안보를 크게 의존하는 동맹국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훈련 일정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안보공약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미국이 임의로 내놓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미가 공동으로 구축해온 군사적 자산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신호이자 협상 가능한 카드처럼 취급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해 군사훈련의 일정이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대가로, 어떤 조건에서 조정하느냐'다. 북한의 상응 조치 없이 미국이 먼저 훈련을 축소한다면,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양보다. 동맹의 군사적 자산을 외교·안보 협상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흥정할 수 있는 카드로 취급하는 미국을 동맹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훈련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훈련 시간과 횟수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억지력, 전투준비태세, 동맹 신뢰라는 세 가지 자산을 동시에 건드리는 행위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이 동맹을 희생시켜가며 보낸 신호가 북한의 상응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훈련 축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여전히 공격적인 성격을 가진 전쟁놀음이라며 비난했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이어갔다. 훈련 축소가 북한의 군사적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볼 만한 조치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에 묻고 싶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로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 북미 협상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만 하나 포기한 것은 아닌가 자문해야 할 때다. 북한이 요구하지 않아도 미국이 먼저 양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향후 협상에서 북한은 더 큰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문제는 대화의 방식이다. 대화는 억지력의 기반 위에서, 상호성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훈련을 조정한다면, 그 조치는 북한의 도발 중단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검증 가능한 조치 등의 상응하는 행동과 연계돼야 한다. 이것이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면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맹 한국의 대북 억지력을 먼저 희생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의 군사적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현실적인 군비통제를 원한다면, 동맹국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억지력을 유지한 채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강화는 서로 맞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그것이 북한에게도, 한국과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에도 올바른 신호를 보내는 길이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라는 단발적인 외교 성과를 위해 동맹이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


글/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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