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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의 재도약, PF 아닌 지역 밀착형 여신심사에서 시작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27 07:07
수정 2026.08.27 07:07

획일 규제와 PF 편중을 고쳐 지역 실수요·중소기업 금융을 활성화시켜야

중앙회 데이터 기반 통제·지역조합 관계금융 결합 여신심사 역량 제고

고위험 여신 투명하게 관리하고, 건전한 조합에는 책임 있는 영업 자율성 부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상호금융권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예금 이탈과 수익성 저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지역 중소기업 연체 증가가 한꺼번에 겹쳤다.


지역 주민과 영세사업자에게 필요한 금융은 막혀 있는데, 정작 높은 위험을 떠안는 PF와 취약 기업대출로 자금이 쏠렸던 사업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호금융의 위기는 지역 금융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률적 영업규제와 느슨한 내부심사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고쳐야 한다.


상호금융은 본래 지역의 예금을 모아 지역 주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관계금융 기관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 환경에서는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영업 제한으로 실수요 주택담보대출, 입주 잔금, 이주비 등 비교적 안정적인 여신까지 위축됐다.


규제의 목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상호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경계해야 하고, 부실 조합이 지역 예금자와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칠 파장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위험도와 차주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다.


투기성·고위험 대출과 실수요 주택담보대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운전자금을 같은 틀로 묶으면 금융은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한다.


피해는 지역 중소기업과 취약차주에게 집중된다. 수도권 대형은행이 선호하지 않는 소규모 제조업체, 골목상권 자영업자, 지역 창업기업은 상호금융의 거래 관계와 현장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리한 신용공급이 아니라 매출 흐름, 세금 납부, 납품계약, 지역 내 평판을 반영한 정교한 자금지원이다.


그러나 상호금융이 PF 충당금 부담과 총량규제로 대출을 축소하면, 정상 기업도 자금난을 겪고 설비투자와 고용을 미루게 된다.


취약차주 역시 실수요 주거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더 높은 금리로 이동할 위험이 커진다.


해외 상호금융의 경험은 개선의 방향을 보여준다. 스페인 톨레도에 본사를 둔 대형 지역 신용협동조합인 유로카하 루랄(Eurocaja Rural)의 지역조합은 고객의 소득·매출 흐름·거래 기간·상환 이력·지역 업황을 직접 확인해 소상공인 대출을 심사한다.


반면 중앙조직은 공통 신용평가모형과 한도 기준을 제공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대출이나 고위험 업종 여신은 재심사·승인하며, 조합별 연체율과 부동산 편중을 상시적으로 점검한다.


우리도 정책의 초점을 ‘일괄 억제’에서 ‘위험기반 차등관리’로 옮겨야 한다. 담보가치, 소득, 부채상환능력을 반영해 건전한 조합에만 제한적으로 여신 여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PF와 부동산업·건설업 편중은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PF 대출을 총대출의 20% 이내로, 부동산업·건설업 대출과 PF를 합친 익스포저(exposure)를 총대출의 5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는 필요한 안전장치다.


다만 한도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지담보대출과 브리지론, 본PF를 구분하고 사업장별 분양률, 공사비 규모, 시행사의 자본확충 수준, 선순위 채권 여부, 현금흐름 수준 등을 반영한 실질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 부실화한 사업장은 만기연장으로 숨기기보다 신속하게 매각·재구조화하고, 신규 여신은 사업성 검증을 통과한 경우에만 선별해야 한다.


상호금융의 생존은 여신심사 역량에 달려 있다. 일부 지역조합에서는 여전히 조합장 중심의 비 표준적 심사와 인맥 의존 관행이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회는 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통제자가 아니라, 공동 데이터와 전문인력을 제공하는 위험관리 허브가 돼야 한다.


업종·지역·담보유형별 부도확률 모형, 조기경보체계, 여신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조합에 공통의 최소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고위험 여신에는 독립적인 여신심의위원회와 외부 전문위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조합장과 여신책임자의 권한 및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출 승인 과정, 특수관계인 거래, 부실 발생 뒤의 사후조치도 조합원과 감독 당국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심사 역량과 건전성을 입증한 조합에는 실수요 주택금융, 지역 중소기업 운전자금, 창업·사업전환 금융을 공급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즉 안정적 수익기반 위에서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금융이 다시 신뢰받으려면 지역의 정보를 더 정확히 읽고, 위험을 더 엄격히 가려내며, 조합원의 돈을 더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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