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예외 넓힌다지만…‘투기 전제’ 세제 논란 여전
당정, 비거주 1주택자 부동산 세부담 완화 가닥
기본공제액 상향 조정·비거주 예외 확대 논의 가능성
‘비거주=투기’ 잣대는 유지, “땜질식 처방만” 비판도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뉴시스
부동산 시장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려던 정부의 세제 개편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여당을 중심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실거주 여부를 투기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땜질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 수정에 나선다.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1주택자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 투기적 보유 성격이 있다고 보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높여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겠단 취지다.
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된다. 세 부담 상한은 1년 전 납부세액의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부동산 세금에 적용되는 보유공제도 거주공제 중심으로 재편한다.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1주택자를 위한 예외 규정도 제시했다.
1년 이상 거주하던 주택에서 취학이나 전근,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의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주한 경우 최대 3년까지 거주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멸실돼 다른 주택에 거주한 뒤 신축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도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단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예외 규정 만으로는 다양한 비거주 사유를 포괄하기 어려워, 시장에선 여론의 거센 반발이 잇따랐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실거주로 인정되는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장기간 타지에서 근무하거나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의 사정으로 집을 비운 1주택자는 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도 커질 수 있다.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직접 입주할 경우 기존 세입자는 퇴거로 내몰리고 시장에 공급되는 전월세 매물도 감소할 수 있어서다.
결국 여당도 이 같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세제개편안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 폭을 조정하는 한편, 실거주로 인정하는 비거주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실거주 여부로 투기성을 판단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세제개편안이 원점 재검토보다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각에선 당정의 수정 움직임이 근본적인 대책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요구는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본질적으로 보유세 폭탄 기조를 손질하지 않는 한 거주·비거주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보유보다 거주 공제 혜택을 늘리는 등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패널티를 일부 강화하는 식으로 설계해 집주인들이 거주를 고민하게 만들 수는 있다”면서도 “투기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원활한 주거 이동이 막혀버리는, 시장 전체로의 문제로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여당에서도 특히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주민 반발로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며 “비거주 예외 조건을 넓혀도 행정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