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中법인 833억 금융사고…허술한 내부통제 도마
외부 플랫폼이 상환계좌 바꾸고 원리금 유용…차주 피해까지
中 금융사 5곳 3~4월 협력 중단했지만 위험 신호 포착 못해
금감원, 사고 보고 후에도 서면조사·현장검사 착수 안 해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이 매일 원리금 상환 내역을 점검하고도 800억원대 금융사고를 수개월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이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밝혔지만, 800억원대 금융사고가 이어지는 동안 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개월간 이상 징후를 잡아내지 못하다 정산금 미입금과 차주 민원이 발생한 뒤에야 사고를 인지하면서 내부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현지 차주들에게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A사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기업은행이 대출금을 직접 집행하는 대신 차주가 낸 원리금은 B사 지정 계좌를 거쳐 사후 정산받는 구조였다.
사고는 B사가 상환계좌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발생했다.
B사는 차주들이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보내지 않고 유용하면서도 전산상으로는 정상 상환된 것처럼 정보를 처리했다.
이에 차주들은 대출금을 갚고도 미상환 또는 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과 신용도 하락 등의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 역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이 같은 상황을 수개월 동안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의원실에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입금되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보고서에 기재된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기업은행이 공시한 사고 금액은 833억7600만원이다.
현지 금융기관들이 먼저 감지한 위험 신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지난 3~4월 이미 B사를 협력 기관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사고 발생 이후 차주들이 B사를 거치지 않고 상환 금액을 조회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고를 인지한 지 두 달가량 지난 현재까지 실제 사고 금액과 회수액, 손실 예상액 등은 현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의 사후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은 사고 보고 이후 내부 보고와 사고 사례 전파, 사고 금액 변동 여부 확인 등에 나섰지만 기업은행 관계자에 대한 대면 확인이나 추가 자료 요구, 서면조사·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피해 금액 보전 등 사고 수습이 끝난 뒤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를 제출하면 사고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금감원의 뒷북 감독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