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 품은 이랜드…끝나지 않은 ‘판권 전쟁’ 후폭풍
입력 2026.08.21 15:28
수정 2026.08.21 17:47
국제중재 결론 전 새 총판 선정…조이웍스 반발
140여명 고용 대책 촉구…비대위 집단행동 예고
이랜드 "기존 분쟁과 별개…총판 계약 적법"
호카 팝업스토어 전경.ⓒ호카 홈페이지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새 총판으로 이랜드가 선정됐다.
다만 기존 총판사인 조이웍스와 호카 본사 데커스 간 계약 해지를 둘러싼 국제중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총판 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데커스 아시아태평양 법인은 전날 이랜드를 호카의 새로운 한국 총판으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커스 측은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판 교체의 발단은 지난해 말 불거진 조성환 전 조이웍스 대표의 폭행 사건이다.
조 전 대표가 경쟁업체 관계자 2명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른바 '갑질 폭행' 논란이 확산됐고, 조 전 대표는 이후 대표직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브랜드 이미지 훼손 논란이 이어지자 데커스는 조이웍스에 국내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다만 조 전 대표는 최근 당시 폭행 사건과 총판 계약 해지 과정에 대해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은 호카 국내 판권을 탈취하기 위한 기획된 언론플레이이자 폭행 유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당시 조이웍스의 하청업체가 아닌 경쟁업체 관계자였으며, 자신을 의도적으로 자극해 폭행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는 폭행 사건 이후 총판 계약이 해지되고 호카 판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일련의 과정이 우연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국내 러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과 유통사들이 호카 판권에 관심을 보여왔고, 계약 해지 이후 약 30개 기업이 미국 본사에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조 전 대표의 주장이다.
나아가 판권을 노린 세력의 배후에 대기업이 있다는 취지의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조 전 대표는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조 전 대표의 주장과 함께 조이웍스도 데커스의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미국중재협회(AAA)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를 신청했다. 현재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둘러싼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이랜드가 새로운 총판으로 선정되면서 조이웍스 임직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아직 계약 해지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새 총판 선정이 이뤄진 데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의 고용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조이웍스 임직원과 협력업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용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조이웍스는 지난 8년간 국내에서 호카 사업을 전개해 연 매출 1000억원, 관련사를 포함하면 18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현재 조이웍스 임직원 140여명은 매장과 물류 현장에서 정상 근무하고 있다. 비대위는 그동안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데커스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글로벌 본사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판권부터 차지해 힘없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킨 뒤, 법적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배상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계산이라면 이는 140여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생계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극도로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 총판을 맡게된 이랜드는 조이웍스와 데커스 사이의 국제중재와 자사가 체결한 신규 총판 계약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데커스와 맺은 총판 계약은 전혀 리스크가 없고 적법하게 다 끝난 상황"이라며 "전임 총판사인 조이웍스와 데커스 간 문제는 두 회사가 분쟁하고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저희가 가치를 판단하거나 예상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신규 총판사로서 앞으로 호카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표가 앞서 제기한 '판권 배후설'에 대해서도 이랜드는 자사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저희와 데커스는 합법적인 루트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계약한 것"이라며 "저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랜드의 호카 사업 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데커스와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양사가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 총판사로 이랜드가 호카 사업을 전개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판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향후 장외전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비대위는 사안의 경위와 고용 문제 등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제보하는 한편 관련 기업을 상대로 한 규탄 집회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에 순차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형섭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매일 매장 문을 열고 박스를 나르고 러닝 유행 전부터 커뮤니티를 운영해왔던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각자의 밥벌이와 커리어가 걸려 있어 나섰다. 8년을 쏟아부은 일의 결론이 나기도 전에 이력서부터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