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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과 "무관하다"던 한미약품 제보자, 알고보니 '김 자문'이었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8.21 15:58
수정 2026.08.21 16:44

창업주 차남 임종훈 지분 매입 논의 자리에 참석

신 회장 지분 매입 무산 뒤 '공익 제보' 회견 개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2026년 3월, 한 법무법인 사무실. 한미약품그룹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5.09%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매각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자리에는 임종훈 대표와 법무법인 화우의 정모 변호사, 법무법인 일맥의 이모 변호사가 참석했다.


그리고 30년여 전 한미약품에 근무하다 퇴사한 한 인물도 배석했다. 일행들은 그를 '김 자문'이라고 불렀다.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을 보조한다는 의미에서다.


5개월 뒤인 8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및 준법경영 촉구' 기자회견 장소에 '김 자문'이 다시 등장한다. 행사 주최자인 김 자문, 즉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신 회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이 이뤄진 시점은 신동국 회장이 창업주 일가의 실질 의결권이 자신보다 적다고 주장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였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창업주 일가의 비위 문제를 제기했다.


신 회장과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분 확보 논의에 참여했던 인물이 창업주 일가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치고는 '신 회장과 무관하다'고 부인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전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대주주의 대리인이 공익 제보자 자격으로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 사이에서 벌어진 1차 경영권 분쟁의 중재자이자, 스스로 2차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신 회장은 신 회장은 개인 주주로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모녀 대 형제'로 갈린 1차 경영권 분쟁을 중재했었다.


1차 경영권 분쟁은 당사자들이 4자 연합(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신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배구조를 지탱하기로 하면서 진화됐다. 당시 4자 연합은 이사회 구성, 의결권 공동행사 등을 함께하기로 하는 주주 간 계약(SHA)을 맺으며 결집했다. 계약의 효력은 2029년까지다.


하지만, 이후 신 회장은 임종훈 대표의 지분까지 사들여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임종윤 회장 일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모두 매입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임종윤 회장과 코리포항 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사들였다. 순차적으로 임종윤 회장의 부인인 홍지윤 씨 등이 보유한 잔여 지분 5.27%도 추가로 매수했다. 두 차례에 걸친 지분 매집을 위해 들어간 돈만 3864억원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신 회장의 목표는 무산됐다. 임종훈 대표가 신 회장이 아닌 송 회장 모녀 일가 등 가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임종훈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2.50%)를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에 매각하면서 뜻을 굳혔다. 당시 임종훈 대표는 "어머니, 누님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아버님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전 대표는 임종훈 대표의 입장문이 발표되고 1개월이 지난 뒤인 이달 7일 '한미그룹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및 준법경영 촉구'를 앞세운 기자회견에서 창업주 일가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과거 한미약품에 몸 담았던 재직자로서 기틀을 쌓은 임성기 정신이 훼손되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 기자회견의 골자다. 동시에 신 회장과의 연관성은 극구 부인했다. 단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대주주의 도덕적 행위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전 대표가 한미약품에 재직했던 기간은 3년 6개월에 불과하다.


'공익 제보'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그가 신동국 회장의 지분 확보 작업에 가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여의도 증권사를 돌며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을 보조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특정 대주주의 대리인이 공익 제보자 자격으로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 과정에서 신 회장 개인이 꽤 많은 채무를 감당하게 된 것으로 아는데, 그런 상태로 한 그룹을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신 회장 지분 확보 작업 가담 여부와 공익제보 기자회견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데일리안의 질의에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은 왜곡되었으며 일정 시기에 모든 전말을 밝힐 것"이라며 "증거에 입각한 정확한 사실이 아닌 보도를 자제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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