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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서면 제청에 "대법원장 책임 묻겠다"는 與…법조계 "삼권분립 침해 소지"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8.20 13:18
수정 2026.08.20 13:18

與 "대통령 임명권 중대 침해"…법에는 사전 협의·대면 규정 없어

법조계 "제청 단계서 대통령 관여하면 사실상 지명…잘못된 관행, 효력 없어"

"대법관 제청권, 사법부 독립 보장 위해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

2011년 MB정부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통령 면담 없이 서면 제청

조희대 대법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고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하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 임명권을 사후 추인 도장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며 제청 철회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한 규정이 없는 만큼,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을 사실상 제청의 전제로 요구하는 여권의 주장이 오히려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을 제약하고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법관 제청 단계부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라고 요구할 경우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이 형해화돼 사실상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통상 제청에 앞서 이뤄져 온 대통령과의 면담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서면 제청 방식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협의해 정했으며, 손 후보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협의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 인선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아무런 소통 없이 두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한 것은 아닌 셈이다.


이같은 설명에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임명 제청권을 가장한 일방적 통보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대통령 임명권을 사후 추인 도장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의 시계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이라며 "대법원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 농단"이라며 "즉시 대국민 사죄하고 대법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지도부는 임명 제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104조 2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이 제청 전 대통령과 후보자를 협의·합의하거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여권의 주장은)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매우 크다"며 "엄연히 헌법에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제청 단계에서 대통령이 관여한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법률 어디에도 협의와 관련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은 관행으로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것은 과연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도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나 조율을 규정한 조항은 없다"며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제청 이후 임명 및 국회 동의 과정에서의 충돌을 막고 인선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물밑 조율이 정무적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전 조율이 지나치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면담 없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를 제청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관 후임으로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을 서면 제청했다. 당시에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별도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아 서면으로 제청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국회 동의를 거쳐 같은 해 2월 28일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 측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민정수석실과 서면 방식을 협의했음에도 손 후보에 대한 최종 합의 없이 제청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정년으로 내년 6월 5일 퇴임해 남은 임기는 9개월여다. 후속 절차가 지연될 경우 다음 달 7일부터 대법관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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